윤석열 대통령이 26일 'AI(인공지능) 국가 총력전'을 선포하고 오는 2027년까지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인공지능 대전환,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다.
출범식이 열린 포시즌스 호텔은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 대국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AI가 국가 역량과 경제성장을 좌우하고 경제, 안보의 핵심이 되는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며 "세계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AI 기술 및 주도권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AI 전환을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선두에서 이끌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위원장을 맡아 국가AI위원회를 이끌면서 AI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 30명과 장관급 정부위원 10명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AI 관련 범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을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민·관 합작투자로 구축하고, 산업과 사회 전반에 AI 전환을 촉진해 민간의 인공지능 분야 투자 확대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작권과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핵심 가치는 지키면서도 혁신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를 전향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연구개발과 인프라, 법·제도 등 모든 분야에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인권침해 사례 등 디지털 격차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국제사회와 함께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권리장전'을 수립하는 등 '디지털 규범' 정립에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에는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안전, 혁신, 포용의 3대 원칙을 담은 '서울 선언'을 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래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자 AI-반도체 이니셔티브를 지난 4월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로 '한-미 AI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한미가 함께 AI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글로벌 AI 프론티어랩'도 개소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을 위촉하고 각 분과위원장에게도 위촉장을 수여했다.
기술·혁신분과위원장으로 조성배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 산업·공공분과위원장으로 고진 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인재·인프라분과위원장으로 김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법·제도분과위원장으로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이사, 안전·신뢰분과위원장으로 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를 위촉했다.
한편, 정부가 AI 산업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주요 제조·서비스업 분야에서 300개 이상의 '선도 프로젝트'를 지정해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열린 인공지능위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산업 AI 전환 확산 정책을 보고했다.
산업부는 보고에서 '산업 AX(AI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현재 31% 수준인 기업의 AI 활용률을 70% 수준까지, 현재 5% 수준인 제조 현장 도입률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 AX는 계획, 개발, 생산, 판매 등 기업 활동 전반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산업부는 연구개발(R&D), 금융,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대상인 'AX 선도 프로젝트' 지정을 통해 기업들이 산업 현장의 모범 AI 적용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산업계 전반 확산을 유도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내달까지 우선 25개 AX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해 각각 최대 100억원을 지원한다.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이 같은 지원 대상을 총 300개 이상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AI를 현장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AX 선도 프로젝트 지정을 통해 이 같은 기업들의 AI 전환 노력이 한층 빨라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민관 합동 'AX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AI를 로봇, 장비 등과 결합해 산업 현장의 생산성·안전성·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얼라이언스에는 총 12개 업종에서 153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현대차·기아, 동서기공, 삼성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하나마이크론, 씨젠,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방산·항공 등 분야의 대기업과 핵심 공급망을 구성하는 중소·중견기업 등이다.
참여 기업 중 대기업은 21%, 중견기업은 23%, 중소기업은 56%를 각각 차지한다. 참여 기업 전체 매출액을 합하면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AI 자율 공장을 구축해 자동차 혼류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생산 공장의 모든 생산 요소를 데이터로 연결하고 이에 AI 기술을 적용해 시장 수요에 따른 유연한 자동차 생산, 새 모델 생산에 필요한 하드웨어 변경 등 준비 과정 최소화 등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AX 선도 프로젝트 지정과 더불어 산업부는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AI 반도체 생태계 육성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산업부는 수요 기업과 연계한 반도체·소프트웨어(SW) 패키지 개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기업에 대한 인프라·금융 집중 지원 등을 포함하는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방안을 조만간 별도로 발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기업들의 데이터를 플랫폼 중앙에 저장하지 않고 데이터 제공 기업의 동의하에 기업 간 연결·공유만 지원함으로써 영업 비밀 이슈를 해결한 유럽연합(EU) 가이아-X(GAIA-X) 플랫폼을 벤치마킹해 한국 산업 실정에 적합한 산업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2027년까지 민간에서 AI에 6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이를 위해 올해 AI 기본법 제정과 AI 안전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