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갈수록 무너지는 지역 의료체계, 정상화 시급하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지역 의료원 5곳 중 강릉, 속초, 삼척, 영월의료원 4곳이 ‘의사 인력난’으로 환자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남희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속초의료원의 경우 이비인후과, 피부비뇨기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등 5개 과목에서 의사가 없어 진료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릉의료원도 재활의학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휴진 중이고, 삼척의료원은 2022년 호흡기내과 진료과목 개설을 시도했으나 결국 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진료를 포기했다. 지방 의료시스템의 축인 공공의료원마저 의사 인력난으로 여러 진료과가 휴진 상태에 있는 등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급병원 응급실의 환자 이송 거부가 일상화되며 119구급대원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병원을 찾지 못해 멈춘 채 구급차 안에서 수십분 넘게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응급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못 받는 ‘응급실 뺑뺑이’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추석 전 걱정했던 응급 의료체계 위기는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넘어갔지만 의료 대란 여파는 이제 도내 중증 환자들에게 미치고 있다. 당장 수술에 들어가야 하는 환자들이 의료진 부족으로 수개월씩 대기해야 하고 대학병원에서는 수술방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중증치료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료 대란이 8개월째 접어들면서 도내 의료시스템이 곳곳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의미다. 열악한 강원지역 의료 환경 속에 올해는 의료 대란까지 겹치면서 지방의 환자와 가족들은 갈수록 애가 타들어 가고 있다. 추석 고비를 넘겼을 뿐, 의료진의 체력과 정신적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해 지방의 취약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누차 다짐했지만 실상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빨리 진료받고 수술받았던 의료체계가 다시 복원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러나 추석 연휴 동안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는 공회전만 거듭했다. 협의체 구성이 곧 문제 해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4자가 한자리에 모이면 의료개혁의 길을 함께 열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승적 결단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기존 입장만 고집하는 데서 벗어나 전향적 시각으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의 의료시스템도 살아날 수 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