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채솟값의 고공행진에 주부들이 장보기를 두려워할 지경이다. 특히 배춧값이 포기당 평균 1만원을 넘어 ‘금배추’가 된 데 이어 깻잎, 상추, 오이 등 각종 채소 가격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9월30일 기준 강릉지역 깻잎 100g(40장)의 소매가는 3,980원이다. 한 장당 99.5원으로 사실상 100원이나 다름없다. 상추(적상추)도 100g당 2,610원으로 지난해 1,890원보다 40% 가까이 상승했다. 오이, 고추 등도 전년보다 크게 비싸졌다. 9월30일 기준 춘천지역 오이(다다기) 10개의 소매가격은 1만2,800원으로 지난해(9,330원)보다 3,470원 올랐다. 풋고추(청양고추) 100g당 가격은 전년보다 16.7% 상승한 1,190원을 기록했다.
‘금배추’로 등극한 배춧값은 여전히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월 말 춘천지역 배추의 포기당 소맷값은 1만2,800원이다. 알배기 배추는 포기당 6,000원으로 1년 전(2,760원)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배추를 들여온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지역도 고온으로 배추 작황이 좋지 않고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신도 있어 대량 수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식당 업주들은 쌈, 김치, 고추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채솟값 인상으로 매달 구매하던 금액이 30~40% 상승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당장 음식값도 올릴 수 없고 김치 없는 밥상을 낼 수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채소 수급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장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눈앞의 채솟값, 과일값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황이 나쁘다고 값이 오를 때마다 다른 나라의 수입 농산물에 의존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 배추·무 등 채솟값 폭등에 날씨 탓만 할 것인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로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물가는 한번 오르면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도 다시 내려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주요 과일과 채솟값이 1년 전에 비해 20~30% 이상 치솟았다.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는 정부의 발표는 국민에겐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이상기온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재정 투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유통 개혁과 기후변화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차제에 농산물 생산과 관리 등 전반에 걸쳐 근본 틀을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