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폐광지와 물방울

폐광지역은 이 땅에서 산업화의 상징이자 그와 동시에 우리의 근대사에 깊이 새겨진 상처를 안고 있는 곳이다. 수십 년간 석탄을 캐던 광부들의 땀과 희생이 깃들어 있는 그곳은 이제 더 이상 석탄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 폐광지역의 풍경은 철도와 광산의 흔적이 남긴 흙먼지 속에서 잊혀 가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그리고 이 지역 사람들의 눈물이 담겨 있다. ▼폐광지역인 삼척, 태백, 영월, 정선. 이 지역들은 한때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심장이었다. 검은 금이라 불리던 석탄은 이곳의 생명줄이었고, 수많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석탄은 더 이상 필요한 에너지원이 아니게 됐으며 그에 의존했던 지역사회도 함께 쇠퇴했다. 한때 붐비던 광산촌의 사람들은 하나둘 도시로 떠났다. 사람들이 떠난 폐광지역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황폐해진 땅 위에 서 있는 폐광은 삭막함 그 자체다. 그곳에서 일하던 광부들의 이야기는 이제 기록 속에만 남아 있다.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사라져버린 영광의 흔적을 보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2024 폐광지역 발전포럼에서 폐광지역 시장과 군수들은 이 지역을 다시 한번 일으키기 위한 미래 전략을 치열하게 논의했다. 폐광지역이 직면한 문제는 단지 경제적인 쇠락이 아니라,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광부들의 희생, 그 가족들의 고통, 그리고 이 지역을 떠난 사람들의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폐광지역의 회복은 경제적 재건을 넘어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자부심을 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피폐해진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때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도 우수천석(雨垂穿石)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즉,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고 했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