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체감하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는 어디일까. 절기나 기온의 변화라고 하겠지만 때로는 단풍과 낙엽으로 계절을 구분하기도 한다. 윤동주 시인은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나무가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줄기에서 잎으로 가는 물이 끊기면 엽록체의 녹색에 가려 보이지 않던 광합성을 돕는 여러 색소가 드러난다. 안토시아닌이 많으면 빨간색, 카로티노이드가 많으면 주황색, 크산토필이 많으면 노란색, 타닌이 많을 경우 갈색 잎이 된다. ▼설악산 일대에서 지난 4일 올해 첫 단풍이 관측됐다. 단풍 시작 기준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절정은 80%가량 물들었을 때로 단풍 시작 약 20일 이후에 나타난다. 산림청이 예상한 국내 단풍 절정은 오는 28~31일이다.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지역에서 단풍 절정이 예년에 비해 5일 이상 늦을 전망이다. 올 6∼8월의 평균기온이 지난 10년(2009∼2023년) 평균보다 1.3도 정도 상승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기다렸던 가을, 온전히 가을 정취를 만끽할 곳이 고민이라면 지난달 23일 완성된 ‘코리아둘레길’은 어떤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대한민국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 접경지역을 잇는 길로 총거리가 4,530㎞에 달한다. 동해의 ‘해파랑길’에서부터 남해의 ‘남파랑길’, 서해의 ‘서해랑길’, DMZ ‘평화의 길’까지. 골라 걷는 재미도 가득하다. 올가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이해인 수녀의 시 ‘10월 엽서’가 가슴에 와닿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