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시즌이다.
하위팀에 업셋 당하거나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탈락한 팀들은 “감독 나가” 시위대와 만난다. 이숭용 감독은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 3대1로 앞서다 8회 말 3점 홈런 한 방으로 3대4 역전패를 당했다. 그때는 9월 ‘41타수 1피안타’ 기록의 마무리 투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었고 김광현 기용은 결국 5분 만에 패배로 돌아온 ‘시즌 마지막 승부수’였다.
냉혹한 승부 세계의 예외는 없다. 리더십 심판의 주기는 더 빨라졌고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권력은 더 조급해지고 더 높아진 국민 수준에 맞추고 있을까? 최근 악화일로의 ‘김건희 리스크’는 임계점이 멀지 않았음을 상징한다.
‘매직’과 ‘뚝심’의 감독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명승부를 펼친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이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정체성이다.
‘염경엽표 야구’는 공격야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도루 실패가 게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었음에도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또 뛰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에도 2차전에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염 감독은 모든 경기에 똑같은 타순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강철 야구는 직관과 집중력이다. 이 감독의 직감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핵심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 감독은 ‘10게임 1할3푼의 타자’를 기용했고 그는 선제 투런 홈런으로 화답했다. “오늘 훈련 때 괜찮아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승엽 감독은 정체성 혼란의 위기 속에 있다. 그는 ‘번트왕 된 홈런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팀은 올 시즌 리그 2위의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시즌 상대전적에서 압도했던 팀에 ‘18이닝 무득점’을 기록하며 2연패를 당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그는 3전 전패다. 팀의 ‘사상 최초의 7 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막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이승엽 감독의 팀은 전통적으로 강공 중심의 ‘빅볼’ 야구다. 이 감독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감독 나가” 시위를 만난 이유는 분명하다. 정체성이 흔들리는 팀은 암흑기에 들어선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윤 대통령의 정체성은 ‘상식과 공정’이었지만 지금 대통령의 정체성은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자신의 존재 이유와 역할의 미션을 잃어버린 정체성 혼란의 권력은 모두에게 위험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깡으로 지금의 성취를 이룬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깡으로 벼랑 끝에 선 승부가 가능했고 그는 결국 승리했다. 윤 대통령은 깡을 스스로에게 제대로 써야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예상보다 세고 기대보다 높은 강력한 처방이 불가피하다. 가족과 부부의 논란은 결국 대통령의 문제로 대통령만 해결할 수 있다. ‘부부의 세계’ 이후 대통령의 승부수는 남은 임기다. 지금까지의 실점을 일거에 만회하고 나아가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대통령만의 무기다. 대통령의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5개 팀은 내년 시즌 준비에 바로 들어간다. 미래는 준비와 반성부터 시작이다. 11월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임기 후반의 국정 쇄신을 향한 성찰과 대안 모색의 시간이 윤 대통령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