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한글날이었다. 올해로 한글 창제 반포 578돌을 맞았다. 요즈음 휴대전화가 상용화되면서 상호 간의 소통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단톡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옛날에 배운 문법이 바뀐 것도 있어 단체 카톡이나 밴드에 글을 올릴 때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보내는 사람의 국어 실력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글어 어문규정 1장 1항에 따르면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한글 맞춤법은 아래의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음성 언어인 표준어를 표준문자인 한글로 올바르게 적는 방법이다. 자음접변, 두음법칙 등 문법과 띄어쓰기는 참으로 어렵다. 모 방송국의 ‘우리말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띄어쓰기 오류로 탈락하는 참가자가 많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완벽한 글로 정평이 나 있지만, 우리말 잘하는 달인을 뽑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침표, 따옴표, 물음표, 느낌표가 문맥에 맞게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 한글이 1446년 반포돼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고유문자로써 한국어가 가진 역사성에 따른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한글 배움에 대한 세계인의 학구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현상이다. 아쉬운 점은 정작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는 한글을 홀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외래어 남용과 우리말 오용, 비속어 사용 등으로 한글이 병 들어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요즈음 소위 MZ세대의 언어는 기존 기성세대가 알아듣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세종 25년(1443년) 음력 12월에 창제해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한 문자다. 훈민정음은 창제한 사람, 창제한 날짜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으며 창제 원리를 적은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문자다.
한글 창제의 정신은 세종의 민족 자주정신과 민본 정신에 입각해 있다. 세종대왕이 ‘우리말은 중국말과 달라 중국 글자로서는 우리의 문자 생활을 해나갈 수 없어 훈민정음을 만들게 되었다’라고 한 것은 강한 민족 자주정신을 나타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세종대왕이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이 문자를 만든다고 한 것은 그동안 문자 생활을 누리지 못했던 백성들을 위한 군왕의 애민 민본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과학적인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은 후대의 자손들이 우러러볼 성군 중의 성군이시다.
한글은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반포되었지만, 일부 유학자들의 세도 때문에 낮추어서 언문(諺文), 반절(半切)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갑오경장(甲午更張) 이후에는 국문이라고 불렀으나 특정 언어에 대한 명칭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글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에 불과했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이 한글을 쓰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원래 정작 소중한 것은 늘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듯 우리는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사용 못 했음을 알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문자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글보다 영어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글의 소중함을 망각해서는 안 되겠다. 우리 문화의 초석이 튼튼해야 세계문화에 바로 설 수 있다. 우리 문화의 정체성 회복만이 선조들에 대한 후손들의 책무요, 도리다. 한글날은 한민족의 얼과 한글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념일이다. 올해도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져 다시 한 번 한글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