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초·중·고는 늘고 있지만 폐교 활용 대책 수립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홍천 지역도 폐교가 60곳에 육박했지만, 상당수는 임시 활용 계획에 의존 중이다. 2회에 걸쳐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홍천】 11일 홍천읍 삼마치1리 남산초교 삼창분교. 1939년 개교 이후 1997년 폐교된 학교의 건물은 모두 헐렸고, 2만 1,187㎡의 부지에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지난 6년간 인삼 재배업자가 빌려 쓰다가 떠났고, 올해는 스마트팜 사업자가 3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주민들에게는 임시 방편일 뿐이다. 학교 부지는 주민 2명이 희사한 땅이어서 공덕비가 남아있고, 그 후손이 지금도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폐교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무수하게 논의 했지만 대안은 찾지 못했다. 고일혁(58)이장은 “마을 소득사업에 활용하는 안도 생각했지만, 교육용 공유재산이어서 제한이 컸다”며 “부지만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홍천 지역 폐교의 상당수가 장기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홍천지역의 폐교는 56곳으로 개인, 마을, 법인에 빌려준 ‘대부’가 29곳, 군 등에 ‘매각’된 사례가 18곳, 교육청 ‘자체 활용’ 2곳이었고 나머지 7곳은 ‘미활용’ 상태다.
하지만 ‘대부’ 상태인 폐교들도 활용 방안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촌 체험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외지 관광객 유치가 어려워 운영이 침체됐거나, 단순한 농산물 경작지로 쓰이는 사례가 상당수 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폐교 대부분이 희사한 부지에 세워졌던 만큼, 마을의 사업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간 활용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조사·연구가 필요하지만 고령화 된 마을 자체적으로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영심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을 소멸 위기가 팽배한 시기에 대표 유휴 공간인 폐교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교육청은 폐교가 교육용 공유재산이라는 관점, 지자체는 교육청 소관 업무라는 관점을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