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도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6,079건에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린 도민만 해도 9,494명에 이른다. 도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1,025,535대로 도민 0.7명당 1대인 셈이니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여길 수 도 있겠다. 그러나 사고의 대부분이 운전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 소양인 신호위반, 횡단보도 주정차 위반 등 12대 중과실로 발생하였고, 사망자의 26%가 60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위법의 정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교통사고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행복 추구 권리를 침탈하는 범죄다. 최근 교통사고를 다루는 다양한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과실비율, 위자료, 합의금 등 사고와 관련된 용어에는 익숙해졌지만 막상 본인이 사고의 당사자가 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호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 현명하게 처리하는 요령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교통사고는 사고 당시 인식하지 못한 피해규모와 손해액, 추후 가해자가 과실 기여도를 번복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미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당사자간 합의를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해운전자가 12대 중과실 유형에 해당하는 사고를 일으킨 경우 형사처벌을 회피하고자 민사합의로 사건을 조기에 무마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대인과 대물사고로 구분되는데, 대물사고의 경우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회사 간 합의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보험회사의 합의절차는 사고접수 → 조사 및 피해자 확인 → 손해액 산정 → 보험금 지급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대개 비교적 경미한 사고의 경우 사고정황에 따라 손해배상액 산정에 정통한 보험회사가 먼저 합의금을 제시한다.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위자료, 향후 치료비 등의 합의금이 적정 수준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 전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다만, 손해사정인이 금품이나 보수를 받기로 하고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와의 사이에서 이루어질 손해배상액의 결정에 관하여 중재나 화해를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상해 사고는 합의가 아닌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해결되기도 한다. 가령 휴업손해 인정범위, 일실수입산정에 있어 월 소득 산정기준, 영구장해 또는 한시장해 여부, 노동능력상실에 대한 사고기여도 등 합의금 책정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지게 되고, 피해자의 사망이나 상해의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여부에 따라 형사 처벌수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해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한 때 처벌의 예외를 두고는 있으나,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위 요건을 충족해도 기소를 피하기 쉽지 않다. 특히,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스쿨존 등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른 경우 합의여부와는 무관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하여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양형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다. 필요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의 기소 전 교통사고 형사합의금을 담보하는 특약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필자는 이곳 수부에서 신호 및 정차위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등 일부 운전자들의 거리낌 없는 무법질주를 자주 목도한다. 교통사고가 도민의 생명과 신체를 현저하게 위협하는 중대사고인 만큼 사고예방을 위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등 관계 당국의 노력도 절실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운전에 대한 운전자의 기본적 소양 제고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