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의 자살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다시 한번 이 나라가 자살 문제로부터 얼마나 큰 상처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자살률)는 27.3명을 기록했다. 무려 1만3,9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년보다 8.3%(1,072명)나 증가했다. ▼한국은 ‘자살 공화국’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지난해 정부는 10년 주기인 정신건강 검진을 2년 주기로 단축하는 등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자살률을 18.2명(2021년 대비 30%)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자살 문제는 단순히 통계상의 수치로만 볼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현상이다. 그 안에는 경제적 어려움, 고용 불안정, 사회적 차별, 고립,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쟁적이고 압박적인 구조가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사회 구조적 병폐가 그 배경에 깊이 자리 잡고 있고,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만든 ‘중병’이다. 자살은 단기적인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사안이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서비스의 확대, 사회적 차별 해소, 그리고 고립된 이들을 위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심리부검’의 저자인 법의학자 서종한은 ‘자살이라는 이름의 연쇄 살인범’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살은 전염병에 비견된다. 주변에 절망하고 있는 이들이 없는지 살펴볼 때다. 자살 사망자의 94%는 경고신호를 보내지만 알아채는 가족과 지인의 인지율은 22%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가해자이고 동시에 피해자다. 즉, 타인의 자살을 간접 경험한 ‘자살 생존자’로 남아있다. 춥고 아픈 마음으로 세상을 등진 영혼을 위로한다. 지금 머무는 곳은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