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여왕 헤라, 지혜의 여신 아테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천상의 아름다운 3대 여신으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가리고 싶어 했다. 세 여신이 서로 다투자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인 파리스에게 판정하게 했으며 아프로디테가 승리했다. 1636년경 루벤스가 묘사한 ‘파리스의 심판’은 그리스 신화 속 세 여신이 파리스로부터 황금 사과를 얻기 위해 경연을 펼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여신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모두 비만처럼 보일 정도로 풍만했다. ▼하지만 점차 미의 기준이 바뀌면서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서양에서는 코르셋(Corset)이 유래했고,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은 천일염을 풀어 목욕을 했다. 요샛말로 ‘S라인’을 갖기 위한 몸부림이다. 전 세계인 8명 중 1명이 비만이고 청소년은 5명 중 1명이 과체중이다. ‘살과의 전쟁’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으로 감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15조6,382억원(2021년 기준)에 달한다. 건강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음주(14조6,274억원)와 흡연의 사회적 비용(11조4,206억원)마저 넘어섰다. ▼지난 15일 국내 출시된 위고비가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이유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위고비를 투약하면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경을 억제해 조금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이 들게 하고 식욕도 떨어뜨린다. 2022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3㎏을 감량한 비결로 단식과 함께 위고비를 꼽은 이후 유명인들의 ‘간증’이 잇따랐다. ▼하지만 맹신해선 안 된다. 복용한 뒤 사용을 중단하면 1년 이내에 빠진 체중의 대부분이 되돌아온다는 연구도 있다. 몸의 기억은 집요하다. 신체에 일시적 변화가 있더라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성질인 항상성도 몸의 기억이 잡아끄는 힘이다. 영국 의료 당국은 위고비 처방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한다. 평생 약을 입에 달고 살 수도 없으니 최고의 비만 치료는 결국 철저한 자기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