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춘추칼럼]작은 것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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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나쁜 일이 갑자기 터지는 것이 아니듯이 좋은 일도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일이 있기 훨씬 오래 전부터 작은 것들이 모이고 쌓여 지금의 좋은 소식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올림픽에 나간 국가대표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은 하루아침에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고, 기술력과 인재 경영으로 인정받는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일이 우연히 되는 일이 아니다. 작은 흙 알갱이가 쌓여 큰 산을 이루고, 조그만 물줄기가 합쳐져 거대한 강을 만든다. 하늘의 작은 별들이 모여 우주를 형성하고, 돌멩이 하나가 뭉쳐져 두텁고 광활한 땅을 만든다. 세상의 어떤 좋은 일이든 시간과 성실과 정성이 그 안에 깃들어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역시 어느 날 운이 좋아서 받은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문학 유전자, 작가가 어려서부터 읽은 수많은 책과 주옥같은 문장들, 같은 주제로 치열하게 문학 작품을 써내려갔던 선배 문인들,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난 역사적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작가를 키워 냈던 대한민국의 역사적 토양, 심지어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현 시대의 다양한 폭력들, 따지고 들면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작은 이유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개인의 수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상인 것이다. 여전히 겪어내야 할 역사의 아픔이 있고,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불합리가 상존하는 대한민국이, 그 아픔과 불합리를 이겨내야 하고 풀어내야 한다는 의미의 노벨문학상인 것이다.

요즘 들어 갑자기 살이 찌고 몸무게가 늘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적은 양이지만 간식을 자주 먹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잦은 간식이 몸에 축적되어 살이 되는 것이다. 실적이 안 좋아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도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잘나갈 때 영원할 것이란 착각에 작은 위기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기 때문이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우물은 없다. 물이 잘 나올 때 다른 우물을 파야 한다.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잃고 헤매는 권력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돌을 맞아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돌을 던지려고 하는지 고민이 없다면 결국 쓸쓸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작은 것들이 얼마나 큰 마법의 힘을 발휘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 우주가 작은 것의 오랜 시간 축적이고, 존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간이 살아온 모든 역사에서 동일하게 반복되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쌓이면 마법이 된다. 단단한 얼음(堅氷, 견빙)은 작은 서리(霜, 상)가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것이고, 위대한 업적은 쉬지 않고(無息, 무식) 성실하게 살아온(至誠, 지성) 결과다. 쉬지 않으면 오래가고(久, 구), 오래가면 드러나고(徵, 징), 드러나면 원대해 지고(悠遠, 유원), 원대해지면 넓어지고(博厚, 박후), 넓어지면 높아진다(高明, 고명). 넓어지면 모든 것을 실어주고(載物, 재물), 높아지면 모든 것을 덮어준다(覆物, 복물). 그것이 우주가 운행하는 원칙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다.

오늘 하루가 승부처다. 작은 것이 경쟁력이다. 작다고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몸에 벤 절약이 큰 부자를 만들고, 작은 기술이 쌓여 초격차를 만든다. 작은 신뢰가 쌓여 정권의 존망을 결정한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은 겨울을 만드는 작은 첫걸음이다. 이 서리가 쌓여 단단한 겨울을 만들어 낼 것이다. 큰 목표를 세우고, 거대한 담론으로 세상을 살기 보다는 오늘 이 순간 작은 것의 마법을 믿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런 분들이 미래를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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