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에서 활동 중인 박잎 시인이 수필집 ‘툰드라백조 깃털을 아세요?’를 펴냈다.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여행이었노라 말하는 박잎 작가는 이번 수필집을 통해 생의 아름다움을 기록했다.
작품의 시작점은 어느 시장에서 마주한 할머니의 얼굴이었다. 삶의 극한에 내몰린 이의 처연한 얼굴을 바라보며, 작가는 생의 유한함을 떠올리는 동시에 찰나같은 삶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렇게 다채로운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첫 장면부터 심장을 뛰게 한 한 편의 영화, 두고 두고 곱씹게 되는 한 권의 책을 기록으로 남겼다. 인생을 소풍처럼 살고자 다짐한 순간, 멸치를 다듬고 제라늄에 물을 주는 소박한 일상 역시 어느 화려한 여행 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5장에 걸쳐 이어지는 수필집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일상을 채우는 이웃의 얼굴이다. 봉평장날 깻잎순을 팔러 나온 할머니와의 애틋한 만남도, 마음이 땅 끝으로 꺼지던 어느날 위로를 줬던 어느 할머니의 따듯한 커피 한 잔도 모두 작품이 돼 독자들의 생에 한 줄기 따스한 빛이자 위로를 남긴다.
박잎 작가는 “맨드라미 물봉선화가 늘어선 토담처럼, 정선아리랑의 한 구절처럼 생의 한순간이 붉기를, 수수하게 붉기를 바라며 수필집을 펴낸다”고 전했다. 도서출판 상상인 刊. 127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