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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일자리 혁신으로 지역 소멸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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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섭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장

일자리의 양적, 질적 측면의 수준은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과 삶의 질 개선에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일자리가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지역 경제는 활성화되고 주민의 행복도 증가한다. 이렇듯 지역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좋은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라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지역 차원의 고심도 깊어진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일자리를 얻어 그들의 꿈을 실현해 나가면 지역사회가 건강하며 나라가 발전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강원지역은 노동시장 현실이 어떠한가? 지난 10년 이상 고착화된 노동시장의 문제를 짚어보자. 첫째, 양적 측면에서 연간 고용상황의 불안정성이 심각하다. 겨울철만 되면 취업자 수가 급감(87만명→72만명)한다. 개인·사업서비스에서 7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런 현상을 ‘겨울철 일자리 보릿고개’라 칭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매년 1월 강원지역 실업률은 전국 1위다.

둘째, 질적 측면에서 일자리 수준이 너무 낮다.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등 근로여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비율이 50%(전국 1위)에 이른다. 지역 산업 구조가 관광서비스 분야로 집중돼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만, 관광이 집중된 제주도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아울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상용근로자 임금수준도 전국 평균의 74%에 불과하다.

셋째, 일자리 창출이 외부요소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 내재적 취약성이 우려된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면 있던 일자리도 사라질 위기다. 관광 관련 일자리에 치중하다 보니 취업자 비중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전국 15%)도 되지 않는다. 아울러 강원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한 청년 75%는 수도권에서 취업하고 있다는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 강소기업의 청년 구인난은 지속된다. 떠나는 청년을 붙잡기 위해서는 일-생활 균형 문화가 확산돼야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일-생활 균형 지수에서 강원지역은 최하위다.

또 겨울이 다가온다. 이번 겨울도 노동시장은 한파에 시달릴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노동시장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돼 안타깝다. 겨울철 일터를 잃는 15만명에게 일할 기회를 줌으로써 일자리 보릿고개를 극복할 방안은 없을까?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고 근로 여건도 열악한 일자리인 비정규직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떠나는 청년을 붙잡아 지역 강소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할 방안은 없을까? 그나마 강원지역 지방정부에서 바이오산업 특구 유치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인데,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이런 고민 속에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은 지역 일자리 혁신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강원지역 일자리 혁신 협의회’를 지난 9월에 발족해 노동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11월부터 대책 마련을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문제는 해결될 때, 장애물은 뛰어넘을 때, 벽은 깨부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대학교, 특성화고, 사업주단체, 노동단체, 일자리 유관기관이 함께 모여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고, 각 주체의 역할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주민의 풍요로운 삶을 지켜가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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