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금분 시인이 최근 시집 ‘아름다운 립스틱, 저녁놀’을 펴냈다.
“화장이 짙어지는 저녁놀/손가락질 못 하겠네/지구는 나이 들고/엄마들은 바람이 빠지고/태양은 몸이 뜨거워/봉숭아는 고개 떨구고…”(저녁놀 中)
시집을 채운 60여 편의 시는 삶이 곧 시였던 시인의 지난 여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호수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김금분 시인은 삶의 편린들을 시로 엮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 곳곳에는 짙은 그리움이 배어있다. 어머니의 꾹꾹 눌러 쓴 마지막 시어, 지난 세월이 담긴 언니의 옆모습, 어느덧 주름진 얼굴로 마주 웃는 친우들의 얼굴까지 모두 시가 됐다.
“…뒤늦게 생각난 폭설, 사랑의 명대사/단숨에 가슴을 쥐뜯어 난사하는/함박눈 휩쓸고 간 지상에는 /그 격정의 사랑 쌓아둘 수 없어/장렬한 심장들이 콸콸 녹아 흐른다”(4월, 눈 中)
빛 바랜 세월, 시인의 생동하는 감각만은 바래지 않았다. 치열하게 영감을 주고 받던 문우들과 이제는 시큰해진 관절을 화두로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될 만큼 시간은 금세 흘렀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뜨겁다. 짙은 노을 빛에 그리움을 묻고, 숱한 탄성에 닳은 태양을 닮은 지난한 삶의 초상들을 지나, 새로이 요동치는 일출을 다시 꿈 꾸는 김 시인. 끊임없이 변주되는 시의 생명력은 시인이 전할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김금분 시인은 “늘 나의 곁이 되어주면서도 나에게조차 입이 무겁다. 어느 시절에 행복이 있었는지 시는 알 것이다”라며 “농담과 웃음이 통하는 허심탄회한 행간들 시에게 기쁨의 축전을 보낸다”고 작가의 말을 전했다. 한국문연 刊. 12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