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있어야 지역 인프라가 구축되는지,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 인구가 유입되는지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가리는 것과 유사하다. 그 답은 인프라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강원외국어고등학교가 지역발전에 기여한 사례를 보면 교육 인프라는 인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좋은 ‘달걀’의 역할을 했다.
강원외고가 위치한 양구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중 하나로, 인구수는 강원특별자치도 내에서 하위 세 번째다. 강원외고는 2023년 기준 전교생 288명, 교사 44명의 크지 않은 학교지만, 재학생 중 약 10% 이상의 학생이 서울지역 주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우수한 고등학교다.
최근 한국은행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원외고는 양구군에 10년간 평균 정주 인구 1,972명을 안겨주며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신규 유입 인구는 대부분 10~20대이며, 특히 외고 설립 후 4년까지는 강원특별자치도를 제외한 다른 시·도로부터 인구가 유입됐다. 인구 증가분의 대부분을 강원외고 구성원인 재학생과 교사가 아닌 외부효과로 설명할 수 있었고, 학원강사가 늘어나며 지역의 교육 접근성이 개선됐다.
또한, 강원외고는 양구군의 주거지역 지가를 강원외고가 설립되지 않을 때보다 29.9%포인트 증가시켰다. 지가가 통상 그 지역의 인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구군의 인기가 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도시 형성, 인구 등과 같은 ‘닭’이 없어도 강원외고 설립만으로 지역 정주 여건의 기초를 다진 것이다. 유사하게 제주도 읍·면 지역에 설립된 국제학교 역시 지역의 정주 인구를 늘리는 등 고용효과와 소득효과를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줬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나아가 지역의 양질의 학교는 지역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개인의 후생 또한 높이는 좋은 ‘달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라지 체티(Raj Chetty) 교수팀은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기회를 찾아 이사(Moving to Opportunity)하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실험을 했다. 이를 통해 양질의 학교가 있는 지역에서 성장한다면 성인이 됐을 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소득이 더 높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좋은 학교는 지역을 더욱 좋은 동네로 만들어 양질의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화점, 병원, 기업 등의 상업 인프라는 인구와 같은 ‘닭’이 선행돼야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강원외고의 설립 자체만으로 상업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는데, 이는 강원외고가 지역의 인구 유입에 도움이 되었으나 그 영향의 정도가 상업시설을 유치할 만큼 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강원외고가 다져놓은 양구군의 정주 여건 기초를 온전한 닭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강원외고는 2024학년도부터 농어촌 자율학교로 운영되며 자연계열 교육이 가능해졌다. 늘어난 이공계열 수요를 반영한 현명한 대처로,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강원외고를 중심으로 국제학교, 마이스터고 등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는 동시에 상업시설 개발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면 강원특별자치도가 새로운 교육 발전의 모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