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먹물 된다’는 말이 있다. 탐관오리는 장부를 조작할 때 오징어 먹물을 썼다. 시간이 흐르면 색이 빠져 장부에 쓴 글이 감쪽같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 믿기 힘들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이르는 말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오징어 먹물로 글을 쓰면 나중에는 먹이 없어져 빈 종이가 된다. 사람을 속이려는 간사한 자들이 하는 짓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적어는 오징어를 한자로 바꾼 말로 까마귀 천적이라는 뜻이다. 오징어가 수면 위에 떠올라 널브러져 있으면 새 중에서는 그래도 영리하다는 까마귀가 죽은 것으로 알고 내리 덮친다. 그 순간 오징어가 발로 까마귀를 휘감아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는 설이다. ▼오징어는 명태와 함께 한국인의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수산물이다. 해물파전의 주재료이고, 무와 함께 넣고 끓이면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초장에 찍어 먹는 오징어회도 별미다. 땅콩과 궁합이 잘 맞아 기차 안이나 영화관에서 즐겨 먹는 ‘국민 주전부리’다. 오징어의 타우린·단백질 함유량은 소고기·우유의 수십 배에 달한다고 한다. 오징어 뼈에는 지혈성분이 있어 상처에 바르면 피를 멈추게 한다. 종기가 아물지 않을 때 오징어 뼈를 갈아 뿌리면 잘 낫는다. 따라서 오징어는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다. 한국인의 추억이자 문화이다. ▼오징어가 동해안 해수온 상승 등으로 자취를 감추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0월23일 기준 강릉지역 물오징어 연근해(신선 냉장·소) 1마리 소매 가격은 5,880원으로 전년 동기(5,168원)보다 13.8% 비싸졌다. 건오징어 10마리(중품) 가격은 9만400원으로 전년(6만7,476원) 대비 34.0% 폭등했다. ‘서민의 생선’으로 불리던 오징어가 이제는 서민에게서 멀어진 고급 식재료로 변모하고 있다. 비싸서 살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보니 ‘금징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오징어가 귀한 대접을 받을 날도 이제 머지않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