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과 소속기관 300여곳을 지방으로 옮기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일정을 또다시 미뤘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32개 공공기관 유치를 내세우며 혁신도시 시즌2를 기대했던 강원특별자치도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완료할 예정이었던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 방향' 연구용역 기간을 내년 10월로 연장했다.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계획 수립이 이뤄지는 만큼 이에 대한 발표가 1년 가까이 밀린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부터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2차 이전을 위한 밑그림 발표를 한 차례 연기했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임에도 추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고 정부가 여러차례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지역 간 입장차가 워낙 커 갈등 전반을 분석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농협,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32개 공공기관을 유치하려는 강원자치도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 차원의 계획 발표가 늦어진 만큼 이에 발맞춘 구체적인 유치 전략 수립 역시 지연될 수 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 등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별도의 법령 개정도 추진해야 하는데다 금융권의 지방이전 반대 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갈 길이 먼데 이런 상황이면 몇 년이 지나도 추진을 장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2차 공공기관 이전 현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내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 간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추진된 혁신도시 지자체에서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비혁신도시 지자체는 균형발전의 형평성을 고려한 이전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1차로 이전한 공공기관 종사자와 혁신도시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성과 평가를 고도화하고, 갈등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