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의 세스 스페인 교수는 ‘스트레스, 웰빙, 그리고 리더십의 어두운 면’이라는 논문에서 나쁜 리더의 종류를 ‘사악’과 ‘무능’ 두 가지로 분류했다. 무능한 리더에 대해선 “(국민에게) 나쁜 일을 하려 한 게 아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격 결함 때문에 일을 잘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악한 리더에 대해선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형’, 자아에 도취하는 ‘나르시시즘형’, 남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이코패스형’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 요즘, 국가 지도자의 덕목을 새삼 되돌아본다. 페리클레스는 고대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불세출의 지도자다. 서양에서 리더십의 고전처럼 전해 오는 그가 꼽은 네 가지 덕목부터 짚어보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식견, 그 식견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재물에 대한 무욕(無慾).’(투키디데스,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제왕학에서는 원리 원칙을 가르쳐주는 스승, 직언을 해주는 측근, 대등한 위치에서 조언해주는 막빈 등을 군주의 주변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군주 자신이 현명하지 않으면 훌륭한 조언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아무리 측근이 뛰어나다고 해도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지도자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지도자의 자질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지금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대통령은 ‘국민소통형’이다. 자기 고집대로만 밀고 나가는 대통령이 아니다. 권위적 리더십이 각광을 받은 때가 있었고 섬김의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도 있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제왕의 리더십은 수평적 시대상에 걸맞게 싫은 소리도 경청하는 스타일일 것이다. 국민 눈높이의 대통령 리더십을 생각하게 하는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