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은빛 질주 즐기다 ‘쾅’…스키장 안전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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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거리 확보 않거나 안전장비 미착용 목격돼
안전불감증 심각해지며 겨울철 인명피해 반복
지난 3일 정선서 20대 스키어 사망사고 발생
“적합한 슬로프 선택과 안전장비 착용” 당부

◇지난 4일 춘천의 한 스키장. 주말을 맞은 수백 명의 스키어들이 한파를 뚫고 은빛 설원 위에서 짜릿한 활주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손지찬 기자

강원지역 스키장을 찾는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사고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관리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스키장과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지난 5일 횡성의 한 스키장에서 A(여·27)씨가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져 왼쪽 팔꿈치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난 스키장에서는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는 사례가 다수 목격됐다.

이에 앞서 4일 춘천의 한 스키장에서는 20대 남성 B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질주하다 슬로프 중간에 앉아 있던 이용객과 충돌했다. B씨는 큰 부상은 피했지만 다리에 부상을 입고 의무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 스키장에서도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이용객들이 다수 목격됐다. 한 20대 스키어는 “헬멧이 갑갑해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전 9시40분께 정선군의 한 스키장에서는 상급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던 C(27)씨가 넘어지며 펜스에 충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도내 스키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643건에 달한다. 매년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사고의 대부분은 이용 수칙을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도 1,23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 443건으로 2019년(108건) 대비 4배 가량 증가했다.

사고 원인 중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경우가 92.1%로 대부분이었으며, 부딪힘(56건, 4.5%)과 장비의 예리함이나 마감처리 불량(13건, 1.1%)이 뒤를 이었다.

최준희 강원특별자치도스키협회장은 “기본 강습을 통해 안전수칙을 철저히 익히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해야 한다”며 “스키·보드복, 헬멧, 안전패드 등의 장비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부상 등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춘천의 한 스키장. 스키어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던 중 바닥에 넘어졌다. 사진=손지찬 기자

◇지난 4일 춘천의 한 스키장에서 안전요원이 스노모빌을 이용해 부상을 입은 스키어를 의무실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손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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