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로서, 연출가로서 한평생을 다 바쳐 연극을 사랑한 연극인 김미아(59). 그의 삶은 곧 연극이었고, 삶이 된 연극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김미아 연출가는 연극와의 만남을 “필연적이고도 우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연극의 르네상스였던 1980년대 무수히 접한 연극은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들었고, 대학생이 되고 우연히 오른 번연극 무대는 꿈을 싹 틔운 계기가 됐다.
“졸업 직후에 춘천에 최초로 직업극단이 생겼어요. 주로 직장인들이 연극을 겸업하던 시대라 직업극단은 이례적이었어요. 연극을 본업으로 삼아야겠다 마음먹고 들어갔는데, 창단 공연에서 극단 굴레의 이영철 선생님이 저를 보시고 굴레에 영입하셨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연극계에 발을 들였어요.”

1988년 오른 데뷔 무대 ‘거꾸로 사는 세상’서 1인 다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배우 김미아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꿈을 키웠지만 그는 결혼으로 긴 공백을 갖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길이 우리를 더 흥미로운 곳으로 이끈다고 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난 무대는 연출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2000년쯤 장정임 선생님이 쉬고 있는 여배우들을 모았어요. 콩트를 만들어 사회복지 시설서 공연했죠. 그러다 우리 제대로 한번 해보자 하고 극단 마실을 창단했어요. 이후 ‘닭집에 갔었다’라는 작품을 올리는데 장정임 선생님이 연출을 맡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작품으로 강원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연출을 시작했어요.”

이후 문화프로덕션 도모로 둥지를 옮겨 본격적으로 연출가의 길을 걷게 된 김미아 연출가. 지난해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그린 ‘기지촌 리포트:일곱집매’와 노년의 고립감을 담은 ‘애로원 탈출기’ 등으로 관객들을 만난 그의 작품에는 늘 사람냄새가 짙게 배있다.
“전 세대에 걸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계층을 연극에 담게 됐죠.내용은 물론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연출하고자 해요. 올해로 10년째 시민연극교실을 담당하고 있는데 작년까지 11개 기수를 배출했어요. 독립된 극단을 창단한 기수들을 보며 생활 연극이 확대됐음을 체감해요.”

지난해 ‘대한민국 연극인 축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김미아 연출가는 존재 자체로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존재다. 하지만 수상 소감을 묻자 그는 손사레쳤다.
“고마운 상인데 처음에는 그만두라는 이야긴가 싶더라고요(웃음). 이런 얘기를 하니까 한 후배가 ‘선배가 그 자리에 있어야 후배들도 거기까지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저도 장정임 선생님을 따라 걸었고, 홍영숙 선생님을 롤모델 삼아 미래를 그렸어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껴요. 우리 작품의 판로를 개척하고, 연극인들의 발판이 되어 줄 수 있는 제도들을 요구하고자 해요.”
수십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사랑의 근원을 무엇일까? 배우 김미아로서, 연출가 김미아로서 꿈을 물었다.
“늘 연기에 대한 허기가 져요. 제대로 된 배역을 만나 제대로 연기해보고 싶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지만, 결국 그런 작품을 못 만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배우로서 남은 갈증과 갈망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