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매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최근에 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치 경제 환경이 대단히 어지러워져 있고,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오늘의 행사를 치르게 되니 나의 마음은 대단히 무겁습니다.
하루 속히 혼란스러운 국내 정국이 질서 있게 정리되어서 국민들이 안심하며 자기들의 생업에 종사하고 우리 국가 발전도 중단 없이 지속되어서 역시 한국은 다르다는 평가가 빨리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의 이 강의실이 완성되기까지 수고해 주신 여러분에게, 특히 윤동석 총장님, 한준 사회과학대학장, 최종건 정치외교학과장, 그리고 정치외교학과의 전현직 후배 교수와 관계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의 행사를 기도로 이끌어주신 정미현 교목실장께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15여년전에 이러한 기념물을 만들겠다는 분위기와 의견들이 있었으나 그때는 제가 사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정성으로 이 강의실이 드디어 만들어졌으니 '한승수 유엔홀'이 앞으로 세계로 뻗어 나아가 국제 활동을 꿈꾸며 외교 역량을 키워가려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내외 출신의 후배들에게 격려와 자극이 되고, 이 강의실을 거쳐가며 우수한 국제 활동가들이 많이 배출이 되어 세계의 평화 증진과 경제 발전, 그리고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공사간에 다망함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참석하여 축사를 해 주신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에게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1년 9월 11일은 제가 제56차 유엔총회총회의장에 취임하는 날이었습니다.
당시에 춘천시의회는 9월 11일을 '한승수의 날'로 지정하고 춘천에서는 이미 하루 먼저 취임 축하 행사를 치루었습니다.
그러나 대단히 불행스럽게도 바로 그날, 9월11일 아침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 테러범들은 납치된 비행기로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하였습니다. 그리고 테러범들의 다음 목표는 유엔빌딩이라는 미국 국무부로부터의 소식 때문에 우리들은 모두 유엔빌딩에서 철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대 미문의 비상 사태이긴 하였으나 나의 유엔총회의장 취임을 미룰수는 없어 하루 늦은 2001년 9월 12일 오후 3시에 나는 유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제56차 유엔총회의장으로 추대되어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위기 속에 시작한 제56차 유엔총회의장의 직을 대과없이 마무리한데는 당시 반기문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의 노고와 봉사, 그리고 그와 함께 총회의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오준 대사, 문하영 대사, 김봉현 대사, 윤여철 현 주영대사, 그리고 주유엔한국대표부와 외교부의 지원인력들의 훌륭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주프랑스대사와 외교부차관을 역임한 최종문 차관은 당시 외교부 장관 비서로 나와 함께 유엔 출장을 다니며 공사간에 많은 지원을 해 주어 유엔 총회의장 수임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분들의 이러한 헌신적 보좌를 감사하게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도 그 빚 다 갚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년은 유엔 창설 8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말 뜻깊은 해입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총선거를 유엔 감시하에서 치루어 대한민국을 세웠고, 6.25 전쟁과 전후의 경제복구 사업 등에서도 유엔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나는 6.25 전쟁 중에 날으는 유엔 비행기를 보고 평화를 그리며 안심하며 자랐고, 유엔에서 한국을 지원하기 위한 레스터 피어슨 의장이나 비자야 라쉬미트 판디트 의장 같은 훌륭한 유엔 총회 의장들의 연설을 들으며 언젠가는 나도 유엔 총회 의장이 되어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고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그야말로 꿈이었을 뿐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엔 회원국도 아니었고, 회원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유엔총회 의장을 배출할 국제적 여건이 되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설사 우리나라 사람이 의장이 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나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준비하며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자랐습니다.
나 스스로의 교육에 20여년을 철저히 보냈고, 그 후 20년은 서울대학교 교수로서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을 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길러낸 우수한 제자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제자가 바로 이 자리에 와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입니다.
정치와 경제가 점차 분리되며 발전해가는 우리나라의 중차대한 기로에서 이창용 총재와 같은 국제사회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각국 중앙은행장 동료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적인 인재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이창용 총재가 한국 금융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크게 신용하고 있고, 그렇기에 작금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안정적으로 평가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국제적 신망과 정책의 능력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국제 정세가 하루속히, 국내 정세가 하루속히 안정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오래 지켜 나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처한 이 어려운 작금의 시국에서 여러분들과 국민들이 이창용 총재에게 많은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1988년 봄 교수직을 내놓고 직선제를 통해 국회에 진출한 후 나는 행정 각부와 외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여 국가에 봉사하였다고 자부합니다.
사심 없이 공익을 앞세워 나라의 일을 해 나갈 때에 나의 아내인 홍소자는 어느 누구보다도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의 아내로서 모범을 보이며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활동에 같이 해줬습니다.
내가 서울대 교수직을 내놓은 후 고향 춘천에서 무려 네 번의 총선거를 치를 때와 또한 16년간 지역구를 관리하면서 집사람이 겪은 생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미 아내 홍소자는 혜원여학교를 단기간 내에 국내 최고의 학교로 만드는 기적을 이루어냈고, 고교 교장으로 최고의 영예를 누릴 수 있었는데도 나의 출마 의사를 알고는 곧바로 교장직을 내던지고 나의 지역구인 춘천으로 따라 내려가 혼신의 노력으로 선거운동을 도와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내게 고생스러웠다는 불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이것을 오늘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아내 홍소자도 매우 당혹스러워할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고생만 해온 슬기로운 아내 소자에게 평소에 지니고 있던 나의 고맙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세 번의 20년. 즉 나 스스로의 교육 20년, 우수한 제자들의 양성 20년, 그리고 국가에의 봉사로 보낸 20년을 보낸 나는 지금 앞으로 남은 생애를 국제사회의 발전과 인류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오늘날도 세계 22억명의 인구가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하고 35억 명이 안전한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2023년만 하더라도 물 관련 재해로 23,300명이 생명을 잃고, 1,200여억달러의 재산상 손실이 일어났던 인적, 물적 재해의 해결, 민주주의 확장과 전후 국제정치경제질서를 유지하며 비교적 세계를 평화롭게 이끌어와 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주의 후퇴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 전후 국제금융제도를 유지해온 Bretton Woods체제의 개혁과 기후변화문제 해결의 핵심이 될 녹색금융의 촉진, 제3,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이버안보, 그리고 최근에 개발되어 갑자기 나타나서 수년내에 인간보다도 그 지적 능력이 몇배 앞설 가능성이 있다는, 그래서 대단히 위험스러운 AI의 국제규제 등 우리들과 우리의 사랑하는 미래 세대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일들이 태산같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들을 어느 개인이나 혹은 몇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에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니 불가능한 일 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국내의 공직을 떠난 후부터는 나라 밖으로 나아가 다자주의의 중심인 국제연합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역대 유엔총회의장 출신들의 모임인 유엔총회의장회의(UNCPGA)의 의장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창달에 앞장섰던 민주주의 국가의 전직 대통령과 총리들의 모임인 마드리드 클럽의 부회장으로, 물과 재해에 관한 전 세계 고위전문가/지도자회의(HELP)의 의장으로, 그리고 현존하는 국제금융 제도를 개선하여 녹색금융으로 지구의 지속적 발전의 기틀을 만들어가고자하는 중국발의의 국제금융포럼의 연합 주석 등의 자리를 맡아서 각 분야의 세계 지도자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이들과 함께 미래 세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세계적 난제는 국제적 지도자나 전문가가 단독이나 혹은 몇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세계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특히 젊은 세대들의 희생적이고 꾸준한 참여가 있어야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세계는 기성세대의 낡은 관습과 사고에서 벗어나 디지털 세계에서 새로운 활동 질서를 추구하는 MZ세대, 알파 세대, 그리고 그 뒤를 이을 베타 세대들이 열어갈 세계 입니다. 나는 미래 세대들이 이러한 세계적, 세기적 난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데 힘을 합쳐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특히 오늘의 행사를 앞 강의실(401호)에서 줌을 통해 참관하고 있는 젊은 연세의 국내외 재학생들이 미래 세계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앞장서서 인류 발전에 기여해야 겠다는 각오를 굳게 다지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의 노력을 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다시한번 오늘의 한승수 유엔홀을 개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윤동섭 총장 이하 연세대 여러 후배 교수와 직원들에게, 그리고 대단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접 참석하여 이 자리를 빛내주신 참석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