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생활의 필수 3요소인 의식주 중에서 특히 물은 생명 활동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자원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깨끗한 물 덕분에 ‘청정 강원’의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원도의 물 환경은 외형적 이미지와 달리 지역 주민들에게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모든 강원도민이 청정 강원의 물 환경을 공평하게 누리고 있을까?
필자는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도민의 물 환경 개선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면서 참담한 현실을 확인했다. 도내 지하수 수질검사 결과 부적합률이 매년 20%를 넘고, 상수도 보급률은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있었다. 전국 평균 상수도 보급률은 97.8%인데, 강원도는 93.9%에 불과하다. 특히 화천군은 68.1%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홍천, 영월, 정선군도 8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서울과 대구는 보급률 100%, 수도권 지역과 주요 광역시는 99%가 넘는 보급률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강원도의 상수도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지역적 특성과 재정적 한계 때문이다. 강원도는 산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낮아 수도시설 구축 비용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또한 2005년 상수도 보급 정책(상수도 시설 확충 및 관리사업)의 주체가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 강원도와 같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상수도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결국 도민들의 물 이용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상수도 보급률이 낮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하수를 주로 이용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이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물은 생존의 필수 자원이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지역적 불균형과 재정 문제로 인해 일부 도민에게는 물을 이용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의 기본법인 ‘물관리기본법’ 제4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물 이용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용할 수 있고, 가뭄·홍수 등의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건강하고 쾌적한 물 환경에서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제1항) ‘누구든지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물관리 시책에 협조하여야 한다.’(제2항)
위 조항들이 진정으로 실현돼 모든 도민, 국민이 공평하고 동등하게 물 이용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상수도 보급·관리사업을 ‘국가사무’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상수도 사업을 주도하면 재정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상수도 보급 추진을 부담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상수도 보급·관리 사업의 재원을 형평성 있게 배분해야 한다. 지역별 재정 여건과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차등 지원이 이뤄지면 상수도 보급률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이러한 조치는 강원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건강한 물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상수도 보급 문제를 해결해 강원도민은 물론 모든 국민이 물 이용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나서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청정 이미지가 이름뿐인 환상이 아닌 진정한 현실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