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변호인 외 외부인 접견을 금지하자 윤 대통령 측이 "인권 침해적인 접견 제한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모순된 주장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 등이) 구속영장에서 다수의 물적 증거와 진술 등이 모두 확보돼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주장하면서, 그와 반대로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접견 제한 조치까지 취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변호사는 "더욱이 내란과는 전혀 관련도 없는 가족과의 접견까지 제한하는 것은 수사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분풀이에 불과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구속된 피의자 가족 등에 대한 과도한 접견 제한은 피의자의 방어권 침해이며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에 대해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유독 대통령에 대해서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하면서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모순되고 편향된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기에 더욱 인권이 침해돼야 하고, 다른 정치인에 비해 더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는 인권 침해적인 접견 제한을 즉시 철회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모순된 주장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윤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외부와 소통하며 국정 보고 등이 이뤄졌음을 예로 들며 "대통령 지위가 갖는 특수성과 원활한 국정 운영을 고려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 석동현 변호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눈과 귀, 생각할 자유까지 막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국회의 일방적 탄핵소추로 지금 권한 정지가 되어 있지만,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복직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는 현직 대통령"이라며 "복직할 때를 대비했을 때 권한 정지 기간 중의 행동이나 정보 접근 반경을 과잉 억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이는 국익 면에서 재앙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로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할 근거는 없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어 권한 정지되었을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참모들이나 필요하면 국무위원들로부터 최소한의 보고를 받고 필요한 사람을 만났을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라며 "당·부당의 문제가 아니라 마땅히 그랬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로서 자기 부처 일 관리도 바쁜 선임 장관 한 명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금 구치소에 갇혀서 사람도 만날 수 없고 외부 정보도 구치소 내 제한된 TV 방송 뉴스시청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면 이는 엄연한 현직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무지와 무모함이 국제사회 10위권 문명국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점이 믿기지가 않는다"라며 "누군가가 될 다음 대통령은 그러면 누구로부터 국정을 인수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준비도 하기 어렵도록 신체 자유를 막는 것도 문제지만 비록 구치소 밖으로는 못 나가게 하더라도 직무권한 복귀에 대비한 정보 접근 처우는 일반 형사 피의자와는 달라야 한다"라며 "지금 공수처는 도대체 국가의 외교안보와 내치 등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고 군 통수권자 역할을 하는 대통령에 대해 가장 기초적인 인식조차도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원제가 아닌 단원제 국회 국가에서 겨우 150명 과반수의 의결만으로 이렇게 주요 공직자의 모든 직무 권한과 책임을 다 묶어 두는 것이 정말 온당한가"라며 "헌법재판소도 이 부분에 대해서 엄중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 변호사는 "이런일들은 윤 대통령 개인을 봐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국정의 영속성을 위한, 정말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9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윤 대통령이 변호인을 제외한 사람과 접견할 수 없도록 조치한 내용이 담긴 '피의자 접견 등 금지 결정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접견 금지 조치는 수사기관에서 통지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공수처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접견금지 조치는 기소 전까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부인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가족과 외부 인사들은 윤 대통령을 접견할 수 없다.
다만 가족과 현재 수사 대상이 아닌 외부 인사들의 경우 증거 인멸과 직접 연관된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들은 직접 경험했거나 지득한 정보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공수처의 조치는 향후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할 가능성이 큰 구속적부심사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구속적부심에서는 석방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사유가 증거 인멸 여부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달 3일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