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5일 "간첩죄 개정에 조속히 협력하지 않는 이재명의 민주당, 정말 간첩이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형법 제98조) 개정 토론회를 열어 법안 처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나 의원은 "문재인 정부때 민주당이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면서, 대한민국은 간첩 수사 자체를 사실상 포기했다"면서 "(다만)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찰만이 수사권을 갖게 되었으나 간첩 2명을 검거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국정원이 수십 년 간 쌓아온 대공 수사 능력을 갖추기 어렵고, 정권마다 수사 기관이 바뀌는 일관성 없는 체계로 인해 해외 기관과의 정보 공유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이어 "군사 안보 뿐만 아니라 산업 안보를 위해서라도 간첩죄 상 ‘적국’을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개정도 못하고 있다"면서 "언제적 간첩이냐며 안일한 태도로 임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노총 간부 간첩 사건 수사기록을 보면, 북한 지령문 중 ‘정의당을 해체하고, 통진당 후신인 진보당 세력 늘리자’와 같은 내용이 있다고 한다"면서 "실제로 지난 총선 당시 이재명의 민주당은 진보당에 비례대표 의석 3석 확보를 약속하였고 그 중 2명이 당선되었으며, 이에 더해 울산 북구에서 지역구 의원 1명이 당선되었다. 통진당 이석기가 의원 시절, 수차례 군사 기밀 자료를 요구한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나에 대한 북한 지령문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 공작원은 지난 2019년 4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을 토착왜구, 나베 등으로 각인되도록 하라’고 지령을 내렸다. 2020년 총선 당시 대진연이 ‘토착왜구’ ‘친일청산’과 같은 피켓을 들고 있었던 것이 떠오른다"면서 "대한민국은 겉으로 멀쩡해도, 속으로 간첩 세력에 좀먹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나 의원을 비롯한 같은 당 소속 의원 15명이 공동 주최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유상범(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은 "간첩법은 대통령 탄핵 여부와 전혀 관계없는 법인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간첩법을 통과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점식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형법 98조, 소위 죄명 '간첩'으로 기소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형법 98조는 독자적인 처벌 조항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지 굉장히 오래됐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는데 소는 잃었지만, 지금이라도 형법 98조를 개정해 나머지 소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현행 간첩법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으로 규정하는데,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간첩법 개정안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은 조속한 간첩법 개정안 상정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뒤 공청회 일정을 잡자고 주장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1953년 우리나라 형법이 제정되고 작년(기준)으로 71년이 지나면서 형법 98조가 역설적으로 간첩 잡는 법이 아니고 간첩 보호법이 돼 버렸다"며 "간첩법 개정 방향은 간첩을 간첩법으로 잡고, 처벌할 수 있게 하자는 아주 극히 단순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 한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미국, 일본, 독일은 물론 필리핀도 법을 개정해 간첩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 지금 우리보다 앞서간다"고 강조했다.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최근 5년여간 통계를 보면 산업기술 국내외 유출은 연간 110∼120건에 달한다"며 "미국, 영국, 대만, 중국 등은 자국의 핵심기술 정보 유출을 간첩죄나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입법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술 유출 관련 특별법이 있고 최근 양형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법정형에 비해 선고 형량이 집행유예 등이 많아 기술 유출로 얻는 이득이 적발 시 손해보다 훨씬 크다"며 "또 간첩 활동에 대해 우리는 강한 형사처벌을 하지만 이동 제한, 금융 서비스 제한 등 여러 비형사적인 제재 수단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