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의 부동산 경매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1분기 강원도 내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1,7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했다. 2022년 739건에 불과했던 경매 건수는 불과 2년 만에 2.3배 폭증했다. 이처럼 부동산 경매가 급증한 주된 원인은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다. 특히 강원도는 수도권에 비해 주택 가격 상승 여력이 낮고 수요 기반도 취약해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의 리스크가 더욱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채무자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담보물을 경매에 내놓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강원도의 경매 물건 다수가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등)이 아니라 ‘토지’라는 점이다. 2024년 기준 도내 임의경매 물건 6,667건 중 4,572건(68%)이 토지였다.
이는 자산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영세 사업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토지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산가치 하락과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이들 토지 소유자들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개별 채무자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강원도는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소득 수준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지역이 많아 이자 상승에 따른 타격이 가구 단위 생계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구조적 대책이다. 우선 금융권과 협력해 ‘이자 부담 완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 기준 이하의 소득을 가진 채무자나 고령자에게는 이자 감면, 상환 유예, 조건부 채무 재조정 등의 금융 구조조정을 유도해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강원지역 실정에 맞는 ‘지방형 금융안정정책’이 절실하다. 그리고 경매 예방을 위한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법원 등기정보와 금융권 데이터를 연계해 연체가 지속되는 고위험 가구에 대한 선제적 상담과 채무 재조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 내 ‘주거·재정 위기 대응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변호사와 금융 전문가, 사회복지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또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수요 중심’의 부동산 정책 전환이 긴요하다. 특히 토지 투기에 대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투자 리스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때다.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고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불필요한 투기를 예방해야 한다. 여기에다 부동산 시장 전반의 연착륙을 위한 거시적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금리 인하가 당장 어렵다면 정부가 보증하는 저리의 대환대출 상품을 도입해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경매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