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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대선(大選) 율곡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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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항교 강원문화유산위원 문학박사

공자는 “가난해도 공경함을 잃지 아니하고, 신하를 부릴 때는 귀한 손님 대하듯 하고, 자신의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고, 다른 사람 잘못을 집요하게 따지지 않는 사람은 임금이 될 자격이 있다”라고 했다.

공자가 제자 중궁(仲弓)에 대해 “중궁은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인품과 덕행이 뛰어나 임금 될 자질을 갖추었다”라고 말하자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은 덕행은 뛰어나나 말재주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공자는“말재주 좋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약삭빠른 말재주로 남을 상대하면 오히려 미움만 사게 될 뿐”이라 했다. 번지르르한 말재주보다는 덕이 있고, 능력을 갖춘 어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정치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로지 비위를 맞추기 위해 달콤한 말로 남을 꾀는 사람, 겉으로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실행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뒤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표리부동을 일삼는 사람은 임금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임금 될 사람의 자질을 꺼낸 까닭은 얼마 뒤면 우리가 직접 왕조시대 임금 격인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왕조시대 임금은 만백성의 부모라 했다. 저마다 기준은 있겠지만 우리가 부모다운 부모를 뽑기 위해서는 조선 최고의 경세가(經世家)였던 율곡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선생께서는 일찍이 “정치란 나라 재정은 절약하여 백성의 삶에 대한 질을 높이는 데 써야 하고, 법령(法令)을 씀에는 사사로운 정(情)에 써서는 안 되며, 아첨하는 사람은 과감히 내치는 데 있다.”라고 했는데 어느 분이 임금이 되면 이 같은 선생의 정치철학을 더 잘 이해하고 실행할 것이라 보십니까?

둘째, “정치를 잘하는 척도는 임금 한 사람의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적소에 쓰느냐에 달려있으며,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 쓰지 않고 정치를 잘한 임금은 없다”라고 했는데 어느 분이 이 분야에 더 뛰어날 것이라 보십니까?

셋째, 선생께서는 임금이 민심을 외면하고 바른 정치를 펴지 못하면 가차 없이 상소를 올렸습니다. 왕명과 신하의 잘못을 아뢰는 대사간에 임명되자 사직소를 올리면서 “앞으로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다시는 소신을 조정으로 부르지 마십시오.”라고 직언을 서슴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이제 누가 임금이 되면 대쪽 같은 신하를 기용할 것이라 보십니까?

넷째, 정조 임금은 선생께서 쓰신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읽고 같은 시대에 태어나 선생 같은 분과 함께 정사(政事)를 보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기며, 한때 간악한 소인배의 감언(甘言)에 현혹되어 나랏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라고 했는데 선생께서 보시기에 어느 분이 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보십니까?

다섯째, “임금이란 만백성 부모 노릇을 소임으로 삼아 대신들과 의논하고, 모든 관리에게 물어보며 여론을 채택하고, 진실로 폐해를 개혁하여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라고 했는데 어느 분이 더 잘할 것 같습니까?

여섯째, “임금과 신하란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는 것과 같아, 만약 하늘과 땅이 조화롭게 만나지 못하면 만물이 생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어느 분을 선택해야 오늘에 처한 난세(亂世)를 유능한 신하들과 잘 헤쳐 나가리라 보는지요?

한순간 잘못 판단으로 착한 백성이 도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이 없도록 선생께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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