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광부의 날 제정·석탄산업 100년사 편찬, 의미 있다

2025년 6월,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마지막 보루였던 국영탄광의 완전 폐광을 앞두고 묵묵히 검은 땅 밑에서 조국 근대화의 땀방울을 흘렸던 은퇴 광부들과 그 가족, 그리고 탄광촌 주민들의 간절한 외침이 강원특별자치도에 울려 퍼지고 있다. ‘광부의 날’ 제정과 석탄산업 100년사 편찬이라는 그들의 요청은 단순한 기념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숨은 공로자들이자 고된 노동과 위험 속에서 희생된 영웅들의 넋을 기리고, 사라져 가는 석탄 산업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숭고한 발걸음이다.

일찍이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과 산업 발전을 위해 석탄 산업에 매진해 왔다. 19세기 말부터 본격화된 석탄 채굴은 20세기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밤낮없이 갱도를 누비며 검은 탄가루를 뒤집어썼던 수많은 광부들의 헌신과 노고 덕분에 우리는 급격한 산업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들의 땀방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을 뛰게 하는 에너지원이었다. 그러나 풍요로운 결실 뒤에는 광부들의 희생과 고통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붕괴 사고, 생명을 앗아가는 가스 폭발, 그리고 평생을 갉아먹는 진폐증과 같은 산업재해는 그들의 삶을 멍들게 했다. 이제 석탄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마지막 남은 탄광마저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그 찬란했던 100년의 역사와 그 역사를 만들어낸 광부들의 고귀한 헌신마저 잊혀서는 안 된다. 그들의 땀과 눈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은퇴 광부들과 가족, 주민들이 ‘광부의 날’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절실한 염원이다. ‘광부의 날’은 의례적으로 하루를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 발전에 몸 바친 광부들의 노고를 기리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상징적인 행위가 될 것이다. 더불어 석탄 산업 100년사 편찬 역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석탄 산업의 흥망성쇠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과거 기록을 초월해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 교육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 탄광촌의 삶과 문화, 광부들의 애환과 희망, 그리고 산업재해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석탄산업 100년사는 미래 세대에게 값진 교훈을 전달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만큼 성장해 왔는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유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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