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1997년 IMF 기억을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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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정치경제사회체육 담당부국장

최근 환율 변동이 심상치 않다. 달러는 18일 기준 1,400.50원이다. 한때 1,380.3원까지 하락 했다가 다시 치솟고 있다.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도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때 1,000원을 넘기기도 했다가 18일 현재 961.68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이처럼 예측하기 힘든 환율 변동 상황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대기업 등의 경제 활동을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

실제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된 관세 전쟁은 코로나19 이후 회복과 부침을 거듭하면서 혼돈 그 자체 였던 국제 경제 상황을 더욱 안개속으로 만들고 있다. 앞서 국제 사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분쟁, 인도-파키스탄 전쟁 등의 우발 상황이 속속 펼쳐지면서 이미 예측의 범위를 벗어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됨에도 국내는 지난해말 계엄과 탄핵, 그리고 6·3 대선 등이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큰 국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미 우리는 온 국민이 대선에 몰두 하면서 경제 위기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다. 그것도 아주 큰 상처가 된 경험이다.

1997년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정부는 11월12일 IMF구제금융 신청을 공개하고 12월3일 IMF와의 협상을 발표했다. IMF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으로 1945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하면서 세계은행과 함께 창설됐다. 전세계 각국이 일정액을 출자해 기금을 조성하는데 특정 국가에 달러가 부족 할 경우 달러를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좋은 국제기구임에도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경험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아직 IMF라고 하면 '환란(患亂)'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럴 정도로 엄청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내는 대선 열풍에 휩싸여 국제 경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1997년 1월 한보그룹, 3월 삼미그룹, 4월 진로그룹, 5월 삼립식품 등 연초부터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쓰러져 가며 '경고등'이 켜졌지만 대부분 '작은 상처' 정도로 치부했다.

특히 이미 1995년 태국을 시작으로 조금씩 경제 위기가 나타나고 있었는데도, 그리고 1997년 여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 위기가 연쇄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대마불사' 등 각종 용어가 난무했고 '국가 부도' 상황은 모두가 '설마' 또는 '터부시' 했던 상황에서 돌아온 부메랑의 상처는 너무 컸다.

1997년 12월 대선 직후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아니 늦은 정도가 아니라 그때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IMF와 지리한 협상을 이어가다 끝내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할 정도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대선이 한창 치러지는 요즘 국제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 각 자치단체 중심 상가를 지나보면 목이 좋은 1층 상가에 빛바랜 임대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그리고 'IMF 때보다 심각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주식시장 급등락과 급격한 환율 변동성 등 경고음은 계속 울리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상반기 0.3%, 하반기 1.3%로 올해 경장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중 8곳은 우리의 경제 성장률을 평균 0.8%로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대선에만 쏠리고 있다.

대선이 20여일 남았다. 온통 선거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대선이 끝난 뒤 과거 1997년과 같은 아픔이 재발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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