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진폐 진단수당 15년째 동결, 현실화돼야 한다

‘증산보국(增産報國)’이라는 국가적 기치 아래 산업화를 떠받쳤던 수많은 광부들이 병들어 쓰러졌다. 그들은 방진 마스크 하나 없이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캐며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지만 돌아온 것은 병든 몸과 고통뿐이었다. 산업화의 그늘에서 희생된 진폐재해자들이 진폐 진단수당 현실화를 호소한 지 15년, 그 외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사)광산진폐권익연대, (사)한국진폐재해재가환자협회, (사)대한진폐재해자보호협회, (사)전국진폐재해자협회, (사)중앙진폐재활협회, (사)영남진폐재해자협회 등 전국 6개 단체는 지난 15일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앞으로 건의서를 전달했다. 현재 진폐 진단수당은 2010년 진폐법 개정 이후 2박3일 검사 기준 1일 5만원으로 책정돼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충분치 않았던 수당이 15년의 물가 상승과 생계비 부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은 심각한 정책적 외면이 아닐 수 없다.

의료비, 교통비, 숙박비를 감안하면 이 수당은 최소한의 비용 보전조차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진폐는 단순한 직업병이 아니다. 국가가 필요에 의해 조직적으로 산업을 확장하던 시기의 희생으로 일종의 ‘사회적 부채’에 가깝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폐 진단수당의 현실화는 단순한 수당 인상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진폐재해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며, 스스로의 생계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진단수당마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방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수당을 두 배로 올리더라도 추가 소요 예산은 연 6억~10억원 정도로 연간 수십조원의 예산이 운용되는 국가 재정에서 볼 때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재정의 여유가 아니라 정책 의지의 부족이다. 이처럼 소외된 목소리를 정치권이 여전히 외면한다면 그 어떤 공약과 복지정책도 진정성을 얻기 어렵다. 강원도는 과거 석탄 산업의 중심지로서 진폐 환자가 특히 많은 지역이다.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등 폐광지역에서는 아직도 진폐재해자들이 매년 병원 문턱을 넘고 있다. 이들의 삶을 지키는 일은 곧 지역의 역사와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각 정당은 진폐 수당 현실화를 단순한 선심성 공약이 아닌 국가 책임의 이행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이번 대선 국면에서 명확한 입장과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