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귀뚜라미의 울음은 계절마다 다르다<1279>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일러스트=조남원기자

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는 마찰음(갈이소리)으로 개구리나 매미들처럼 수놈만 노래한다. 수컷의 오른쪽 앞날개 밑면에는 까칠까칠한 줄칼처럼 생긴 시맥(날개에 무늬처럼 갈라져 있는 맥)이 있고, 왼쪽 앞날개 윗면에는 이빨처럼 생긴 돌기(뾰족하게 내밀거나 도드라짐)가 있어 두 날개를 쓱쓱 맞비빌 때마다 귀뚤귀뚤 소리가 난다. 한마디로 머리 빛살을 손톱으로 긁을 적에 따르르, 따르르 하고 내는 소리와 같다. 또 넓적한 나무판을 물결같이 울퉁불퉁하게 파 놓은 빨래판을 꼬챙이로 문지르면 드르륵드르륵 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귀뚜라미 종류마다 시맥의 굵기가 달라서 소리가 서로 같지 않다. 여름이 매미 철이라면 가을은 정녕 귀뚜리 절기다. 물론 종류나 환경에 따라 노랫소리가 다르다지만 가을철 온도가 높을수록 울음이 곧잘 빨라진다(흔히 13°C에서 1분간 62번을 움). 그러나 가마솥 더위인 여름철에는 울지 않고, 서늘한 가을 아침과 저녁녘에 나대면서 스산하고 애처롭게 울어제친다.

귀뚜라미는 사람과 가깝다. 서양에서는 귀뚜리와 함께 지내면 슬기로워진다 여기고, 중국에서는 조롱(새장)에 넣어 애완동물로 키우며, 멕시코․동남아에서 귀뚜라미싸움 도박도 한다. 또 애완동물들의 먹잇감이 되고, 동남아에서는 기름에 튀긴 것을 간편식으로 먹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산 ‘쌍별귀뚜라미’는 갈색거저리 유생인 밀웜(meal worm)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용으로 인정받았다. 그렇다. 앞날의 동물단백질로 각광받기 시작한 곤충들이다. 아무렴 우리가 어릴 때 방아깨비 암컷이나 벼메뚜기를 많이도 잡아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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