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 이광재는 대선 후 어디에 서 있을까

지난 3월 이재명과 독대한 이광재, 정책적 과제 전달
이 후보, 남다르게 기억… 국가미래정책위원장 임명
‘입각’ ‘당내 역할’ ‘지선출마’ 등 이광재 역할론 등장
강원도 위해서라도 대선후 중요한 활동할 필요있어

◇유병욱 서울본부장

대선 출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만난 것은 지난 3월 13일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2시간 정도의 회동이 끝난 후 “경제문제나 국가 정책에 대한 좋은 제언을 (이광재 전 총장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민주당의 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들 앞에서 이런 농담을 던졌다. “좋은 생각들을 평소에 많이 알려주시지, 왜 이제 와서…(웃음)”

나중에 이 전 총장에게 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 대표가 그런 농담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인공지능, 바이오, 기후 위기 등 본인이 평소에 갖고 있던 정책적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밝혔다고 했다. 이날 내용은 이재명 대표의 요청으로 별도의 문서로 정리돼 전달됐다고 한다. 이재명은 그만큼 이광재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이번에 민주당의 중앙선대위 조직에서 이 전 총장이 ‘후보 직속 국가미래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도 이 대표의 기억에 이때의 만남이 남달랐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사진 왼쪽)은 지난 3월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동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눈에 띄는 것은 이렇게 이 전 총장이 맡은 국가미래정책위원회는 선거 공약이 아니라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를 대비, 대한민국의 비전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 위원회에는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역임하고 세계 경제를 통찰력 있게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는 ‘수축사회’의 저자 홍성국 전 국회의원과 카이스트 교수 출신으로 미래학자인 차지호 의원, 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 위원장을 지낸 조승래 의원,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김한규 의원 등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 전략가들은 다 모인 셈이다.

이처럼 국가미래정책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퍼지면서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광재에게 다시 관심이 쏠렸다. 대선 후 그의 거취를 두고 벌써부터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흘러나오는 설은 대략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입각’이다. 물론 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전 총장의 위원회가 집권 후 비전과 아젠다를 세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정부 부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말에는 서울 언론사 정치부 데스크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광재가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 퍼졌다. 구체적 직책까지 거론됐다. 이로 인해 일부 기자들이 이 전 총장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강원선대위원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4월15일 태백 통리장에서 선거 유세 활동을 벌였다.

두 번째 가능성은 ‘당에서의 역할’이다. 이재명이 당선됐을 경우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이광재에게 당내에서 중추적 활동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를 수도권 재·보궐 선거에 출마시켜 4선을 만든 후 당에 복귀시킨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런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집권하지 못했을 때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이 전 총장이 지난 총선 당시 경기도 분당에서 안철수에게 아쉽게 졌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세 번째는 ‘지방선거 출마’다. 대선 1년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정권을 잡은 쪽 입장에서보면 대통령 임기 초반에 국가 운영의 힘을 받기 위해 반드시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하고, 반대로 정권을 잡지 못한 쪽에서는 정치적 반전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 하는 승부처다. 그래서 이광재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또다시 지방선거 출마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이 강원도다. 그러나 이미 지역의 정치지형이 변했고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강원도로 돌아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은 제기될 수 있다. 또 분당이 지역구이고 이 전 총장의 지명도로 볼때 경기도지사 출마 카드도 설득력 있다는 얘기도 적지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12일 성남 판교에서 이광재 국가미래정책위원장(사진 왼쪽 네번째 ) 등이 배석한 가운데 2030 IT 개발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광재의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다. 특히 민주당이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당내에서 한때 비주류에 속했던 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역의 입장에서도 현안을 풀어나기기 위해서는 이광재가 민주당에서 굳건히 뿌리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대선 후 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6월3일 결과가 궁금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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