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주한미군 4천500명 감축 검토' 보도에 국방부, "한미 간 논의된 사항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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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 국방 당국자 인용 보도…"美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 일환"
차기 한국 정부 트럼프발 관세·방위비 분담금 협상 포괄적으로 진행 가능성

◇주한미군과 스트라이커 장갑차[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천500여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23일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천500명 가운데 약 4천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런 구상은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고려를 위해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한미 양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현시점에 주한미군 감축론이 나온 것은 미국의 방위 전략과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인식, 대(對)한국 협상 카드 등 3가지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대만 공격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을 인도·태평양 군비 태세 조정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러시아·북한·이란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의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을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미국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돼왔다.

◇지난 3월19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실시된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도시지역작전 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이 목표물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 2025.5.23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 같은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지키기 위해 주둔해온 주한미군의 활동 반경과 역할을 확대하려면 한미간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미국 젊은이들을 위험한 지역에 배치하고서 한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집권 1기 때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고 밝힌 뒤 주한미군이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면서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는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한국은 방위비(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8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한 뒤에는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지불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에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할 수 있다는 기조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2019년 방한때 오산공군기지서 연설하는 트럼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 만큼 제 21대 대통령 선거를 거쳐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와 관련, 미국의 군사전략과 협상 카드의 측면을 동시에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국 견제 강화를 위한 미군 배치 조정 필요성과, 주한미군 감축을 띄움으로써 한국과의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양보를 받아내려는 측면이 병존할 수 있는 만큼 차분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차기 한국 정부는 '트럼프발(發) 관세'와 관련한 무역 협상과 함께 주한미군 감축 및 그와 연결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포괄적으로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 전략과 협상 전략을 냉정하게 분석한 뒤 미국 측에 줄 것을 주고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받아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북러 군사협력 강화와 함께 더욱 심화하는 시기에 주한미군 감축론이 나온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그들의 모험주의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는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 측에 이런 우려와 가능성을 강력히 전달함으로써 안보공백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반도 관련 미군 지휘관들이 우려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달 10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과 미국 본토 방어에 집중하기 위해 한반도에서의 병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미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한 견해를 질문받자 "주한미군 감축은 문제가 될 것(problematic)"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자리에서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주한미군이 철수 또는 감축되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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