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전투에 나서기 전, 자기 병사에게 총을 쏘는 짓.”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로이 킨의 팀 동료 공개 비난 사건을 비판하며 이 같이 말했다.
올 시즌 강원FC는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맞이했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잇따른 부상 속에서도 20라운드까지 승점 25점을 쌓으며 리그 8위, 중위권을 지켜낸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공격의 무뎌진 창끝은 아쉬웠지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여기에 서민우와 김대원의 전역, 모재현과 김건희의 새 합류는 반등을 위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팀과 선수들을 향한 비난의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직후 SNS 댓글창은 물론, 일부 선수의 개인 계정으로까지 무분별한 비난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선 ‘디지털 폭력’에 가깝다.
실제로 “경기 끝나고 핸드폰을 켜는 것이 무섭다”, “비판을 넘은 조롱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구단 또한 도 넘은 악플로 인해 최근 SNS 댓글 이용 범위 변경 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원을 위해 뛰는 선수가 강원 팬에게 “은퇴하라”는 메시지를 받는 현실. 이게 과연 정당한 팬심일까.
지난 시즌 준우승의 영광 뒤에는 끝까지 응원하며 경기장을 채운 팬들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둔다는 이유로 일부 팬들이 선수 개인을 향해 쏟아내는 독설은 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외부 압박과 비난이 선수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해 왔다. FIFPRO 조사(2021)에 따르면 세계 프로 선수의 43%가 SNS 악성 댓글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중 20% 이상은 실제로 경기력 저하를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선수의 경우 부정적 평가에 따른 경기 불안이 31%까지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한국스포츠심리학회·2020)도 있다. 어쩌면 구단과 선수들을 향한 일부 팬들의 조롱은 퍼거슨 감독의 말처럼 ‘아군에게 총을 겨누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금 강원FC에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질책이 아닌 따뜻한 신뢰다. 열악했던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중위권을 지켜낸 이 팀은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물론 건설적인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인격 모독이 아닌 축구적 토론이어야 하며 선수의 존재를 부정하는 조롱이어서는 안 된다.
리버풀의 전설 빌 샹클리 감독은 “우리가 지고 있을 때 응원하지 못할 거라면 이기고 있을 때도 응원하지 말라”고 했다. 팀 성적에 따라 응원과 조롱을 오가는 철새팬, 냄비 근성 팬들에 대한 경고이자 진정한 팬심이 무엇인가를 묻는 물음이다. 특정 선수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 삼아 감정을 쏟아내는 문화는 팀에도 팬덤에도 독이 된다. 승리할 때만 ‘우리 팀’이라 외친다면 팬이 아니라 관중일 뿐이다. 진정한 팬이라면 무더운 날 패배에도 박수를 보내고, 차가운 밤 눈물 흘리는 선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줄 알아야 한다.
팬은 팀의 거울이다. 자황의 깃발이 더 높이 펄럭이길 바란다면 우리가 보내야 할 것은 결집된 응원이다. 도민의 함성이 닿는 모든 곳에서, 자황의 깃발이 영원히 펄럭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