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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횡성한우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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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단순한 고기가 아니다. 축산인의 땀방울이 응축된 시간이자, 우리의 식탁 위에 놓인 신토불이의 자존심이다. 그중에서도 횡성한우는 국내 대표브랜드라는 이름값이 있다. 물 맑고 산 깊은 땅에서 정성껏 고집스럽게 기른 한우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진짜 한우’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횡성한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증명한다.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횡성한우는 곧 이야기가 된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 태조는 즉위 직후 강원도 일대에 특별 목장을 설치하고, 전쟁과 제사의 목적으로 우량한 소를 길렀다. 그 소가 머물던 자리가 지금의 횡성이다. 백정이 아닌, 장인을 닮은 농민들이 기른 이 소는 시대가 바뀌어도 명맥을 잇는다. ‘벼는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한우도 그렇다. 하루에도 수십 번 소의 눈을 들여다보는 농민의 손길이 결국 고기의 깊이를 만든다. 남들보다 더 이름값을 하는 이유는 그런 까닭이다. ▼횡성한우는 단순한 먹거리 그 이상을 꿈꾼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축산 환경 조성, 상생하는 축산 생태계 구축,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축산 거버넌스 확립 등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친환경 축산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횡성군은 올해부터 횡성한우의 새로운 비전을 ‘미래를 선도하는 친환경, 횡성한우’로 정하고 국민 안전 먹거리 제공, 한우산업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 육성, 한우 농가 소득 향상 등을 전략 목표로 삼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횡성한우가 ‘2025 대한민국명가명품대상’ 지역 명품브랜드 부문 11년 연속 수상의 쾌거를 거두었다. 그러나 작금의 시장 환경은 만만찮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을 문제 삼으며 시장 개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표 앞에서 망설인다. 얇아진 지갑에 마음과 눈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럴수록 필요한 건 신뢰다. 품질로 말하고 스토리로 설득해야 한다.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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