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종반전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27일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 없다"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끝까지 싸워 끝내 이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이 추세대로라면 오늘 진행되는 조사에서는 제가 김문수 후보를 뛰어넘을 것이고 내일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뛰어넘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동탄의 기적이 대한민국의 기적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후보를 겨냥해 "단일화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후보"라며 "(국가 경영의) 비전이 없어 겨우 생각해낸 것이 '반이재명'이라는 기치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야 할 이낙연, 전광훈 같은 이상한 재료를 모아다 잡탕밥을 만드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고정표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최대치까지 올랐다가 이제 추락만 남은 김 후보가 있고, 추세로 밀고 올라가 끝내 이재명 후보를 뒤집을 에너지가 충분한 저 이준석이 있다"며 "국민의 선택은 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준석만이 이재명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20·30세대에서 시작한 이 혁명의 바람은 놀라운 속도로 전 세대로 확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원내 189석 부패 골리앗 이재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며 "압도적으로 새로운 다윗이 나서야 한다. 계엄 세력도 포퓰리즘 세력도 모두 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김문수 후보를 선택할 그 어떤 명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국민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위한 결단을 내려달라"며 "이준석인가, 이재명인가"라고 물었다. 이는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 반박을 넘어 사실상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준석이 만들 나라와 이재명이 망칠 나라의 차이는 분명하다"며 "대한민국을 중국보다 기술 경쟁력 있는 혁신국가로 거듭나게 할 것인가,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셰셰'만 하다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나라로 전락할 것인가 바로 그 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두려워하는 나라가 아니라 대통령과 토론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총통이 아니라 국민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 결단의 시간이다. 이재명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라며 "이준석에게 압도적 지지를 몰아 달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앞서 단일화 거부 기자회견에 이어 재차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 반복해서 이런 걸 가지고 뭉개려는 전술을 사용하려 하기에 저희도 입장을 강하게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주당은 선거 막바지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 거짓으로 판명된 입장을 반복하며 표심을 요동치게 하려는 것 같은데 저는 (단일화하지 않는다는) 굳건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사퇴를 설득하기 위해 만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김 후보가 어떤 판단을 하든 개인의 자유지만, 이재명 후보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용기 있는 판단을 못 한 책임은 김 후보가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남은 대선 기간 전략에 대해선 "마지막 TV 토론이 끝난 후 동탄 (선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박 유세할 예정"이라며 "이동 중 잠깐 휴식 취하는 것 외에는 구석구석 국민들을 찾아뵈면서 개혁의 필요성과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필요성을 설파할 계획이다. 몸을 갈아 넣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문수-이낙연 공동정부라는 해괴한 개념으로는 중도 보수 진영의 가치를 담아낼 수 없다"며 "'사각형 원' 같은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 미래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오늘부로 견실한 재정정책과 강건한 대북 안보태세, 확고한 한미동맹을 지향한다고 힘주어 말 할 수 있는 선택은 이준석 정부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와 저는 국민통합을 위한 공동정부 구성·운영, 제7 공화국 출범을 위한 개헌추진 협력, 2028년 대선·총선 동시 실시를 통한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 불일치 해소 및 3년 임기 실천 등에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힌데 대한 지적이다.

그간 국민의힘의 단일화 압박에도 이 후보는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이날 "미래를 위한 투표를 사전투표부터 바로 보여달라"며 완주 의지를 재차 다졌다. 그는 단일화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이 3자 구도 속에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응답률 24.4%)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49%, 김 후보 35%, 이준석 후보 11%였다. 지난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 상 김 후보와 자신의 지지율을 합산하더라도 이재명 후보를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준석 후보가 승리가 불확실한 단일화보다 대선 완주를 선택하면서 개혁 보수라는 정치적 자산을 지키고 차기 보수 정치를 대표할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더욱이 이준석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선 패배 책임론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지 않고 있다. 김 후보로 단일화하더라도 자신의 지지층이 김 후보로 흡수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기존 이준석 후보 지지층의 52%만이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로 바뀌는 비율은 29%였다.
이준석 후보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후보가 사퇴해 이준석 대 이재명 대결로 가면 극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확신하지는 못해도 해볼 수 있는 유일한 구도"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