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어미 물고기를 따라가던 새끼 물고기 한마리가 어미에게 “물이 뭐냐”고 묻는 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익숙해서 그것의 소중함을 잊고 살고 있다. 물, 공기가 그렇고 바다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
바다는 인류와 오랜 시간을 같이하며 먹거리를 내어주고 휴식이 필요할때 쉼의 자리가 되었으며 먼 길 가는 이에게는 뱃길을 터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먹거리를 남획하고 휴식을 주는 공간에는 쓰레기로 채우고 뱃길은 매연과 기름으로 오염시켰다. 이제 바다는 인내의 한계선에서 경고의 신호와 함께 어찌할 것인가에 하는 질문을 던져오고 있다.
‘바다의 날’은 1996년 5월 31일에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21세기 해양의 시대에 대비하여 바다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 사상 고취와 관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해상왕’ 장보고 대사가 해양개척을 위해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다.
1994년 11월에 발효된 ‘UN 해양법협약’은 해양자원의 개발과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을 격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해양주권’, ‘해양패권’이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도 ‘해양강국’의 기치를 내걸고 해양수산부를 출범시켜 격변하는 국제해양 환경 변화에 대응토록 했다. 그 후 30년이 지났지만, 바다에서의 전쟁은 아직 진행중이다. 해양영토 분쟁, 해양자원의 선점 개발, 북극항로의 개척 경쟁, 국가 간 어업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연어양식용 어업시설 선란 1·2호기를 설치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현안이 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세계 네번째로 많은 3,382개의 섬이 있고 해안선의 길이만 1만 6,000㎞에 달한다. 그만큼 바다는 우리 삶의 자체이고 직면하는 문제들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를 헤쳐가는 과정에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올해로 서른살 장년이 된 ‘바다의 날’을 맞아, 잊고 있었던 바다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강원도는 455㎞의 해안선과 푸른 빛을 자랑하는 동해를 품고 있다. 십수년 전만 해도 명태와 오징어는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넓게 펼쳐진 모래 해변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의 귀향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지금의 동해는 남획과 환경 변화로 명태와 오징어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각종 개발로 해안 침식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버린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나마 새끼고기 방류, 연안정비사업, 해양정화활동 등 바다를 되살리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은 위안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 세대까지 지속 이용 가능한 바다를 만들어 가야 한다.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해양오염물질의 유입 사전 차단과 지속적인 해양쓰레기 수거사업을 추진하고 감척, 어구 감축 등 어업구조조정과 연어사업, 심해양식 등 어업 생산활동을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강원지역에 풍부한 광물자원을 활용한 기반산업 유치와 북방물류 확대를 통한 항만의 활성화는 물론, 미래 세대인 젊은 청년들에게 좋은 해양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에 맞춰 동해·묵호항을 강원권역 해양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동해항을 산업·영해주권 지원 중심의 다기능 항만으로 개발하고 묵호항은 여객·휴양·관광 중심의 해양문화공간으로 조성하여 ‘환동해 물류 거점항만’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올해 바다의 날은 우리 강원도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면 그만큼 돌려주는 바다가 아니든가. 5월 31일은 그 소중함을 한번 생각해 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