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전공의 400명 중 복귀 112명, 붕괴되는 지역의료

강원지역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400명 중 단 112명만이 강원도로 돌아왔다. 이는 미미한 복귀율이며, 그마저도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현실화하는 수치다. 전공의 이탈은 곧 전임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유지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강원도 의료는 이미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번 의정 갈등 사태는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전공의들은 대부분 수도권 의료기관으로 재취업했고, 서울·경기·인천으로만 3,370명이 몰렸다. 강원도 내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 전공과목을 살려 복귀한 인원은 손에 꼽힌다. 그 결과 심장질환, 뇌질환, 외상 등 중증환자를 다룰 필수의료 영역에서 인력 공백이 현실이 됐다. 환자는 수도권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아예 치료 기회를 잃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인력 수급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지역의료의 구조적 한계와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이 낳은 결과다. 강원도 내에는 전공과를 살려 근무할 수 있는 기관 자체가 충분치 않고, 의료인들이 선호하는 진료과목 역시 도시 지역에 몰려 있다.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수익성이 높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쏠리는 현상은 지역의료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도 문제다. 전공의 이탈은 지난해 예고된 사태였음에도 이를 방지할 제도적 대비는 미흡했다. 현재 강원대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주요 병원이 400여명 규모의 전공의 추가 모집에 나섰지만 전체 인원을 충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에서 수련하고 정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유인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러한 대책은 원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방의료의 회복을 위해서는 강원도 내 필수의료를 책임질 공공병원의 기능 강화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공의들이 지역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근무 환경 개선과 소득 보전을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의료 자체를 환자 중심으로 재편해 지역 환자가 수도권을 찾지 않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은 물론이다. 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다. 지방의료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 방기로 귀결된다. 정부는 ‘지역 소멸’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료 소멸’에 더 절박한 대응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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