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경제위기 극복하고 미래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 선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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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정 경제부장

1933년 3월4일 프랭클린 D.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25%의 노동자가 실업 상태였다.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보다 더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200만 명의 사람들이 집 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죽기 바로 직전인 미국의 경제에 응급조치를 해야 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통해 대규모 공공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며 미국을 경제 회복 궤도에 올렸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대 초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이중고에 시달리던 미국을 강력한 감세, 규제 완화, 통화 긴축 정책을 병행해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당시 심각하던 스태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경제 정책인 ‘레이건노믹스’를 통해 결국 침체된 미국 경제를 살렸다. 리더의 결단이 나라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었던 후안 도밍고 페론의 ‘페론주의’ 경제 실험은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외환 위기를 불러왔다. 최근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도 무리한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고, 결국 취임 45일 만에 사퇴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전임 차베스의 반시장 정책을 계승하며, 석유 수입에 의존한 경제를 국가 통제로 옭아맸다. 물가 통제를 위해 통화를 찍어내다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국민들은 화폐 대신 식량을 원하게 됐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이 하루 아침에 굶주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민간 소비 위축, 가계 부채 증가, 수출 정체, 그리고 청년층 탈출 러시까지 겹치며 ‘복합 경제위기’에 빠졌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0.2%다. 분기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때도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정책에 따라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기업 부실’과 ‘외환 부족’이 핵심이었던 1997년 외환위기와 달리 가계 부실, 내수 부진, 고금리 고착화, 정치적 불안이 동시에 겹친 절대절명의 상황이다. 외환위기 때는 국제사회(IMF 구제금융) 개입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지금은 가계부채, 자영업 부실 등 모두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더욱이 부채 문제는 기업이 아닌 가계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가계는 소비의 주체이기 때문에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 채무상환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보유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상인 ‘부채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3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켜켜이 쌓여 있는 난제를 국민과 함께 극복할 나갈 지도자가 선출돼야 한다. 국가경제를 살릴 의지와 실력을 갖춘 대통령을 뽑는 것이 대선 명제다. 이번 선택으로 국가 경제가 일어설 수도, 무너질 수도 있다. 인구 감소, 부동산 시장 불균형, 청년 이탈, 생산성 정체 등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체계적 접근과 리더의 결단이 요구된다. 감성적 구호와 단기 포퓰리즘이 기준이 되는 순간, 우리의 미래는 또 다시 암울할 수 밖에 없다. 먹고 사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국가 경제는 곧 국민 행복과 직결된다. 경제를 살려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의미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민 모두가 지금보다는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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