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양성원 첼리스트가 무산문화대상 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달 30일,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음악을 한다”는 연주자로서의 고백으로 말문을 열었다. “말을 음악으로 나타내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소감을 표현하는 것은 저에게 어려운 숙제인 것 같습니다.(웃음)” 30년 넘게 첼로를 곁에 두고 살아온 시간. 양성원은 그 시간을 한도 끝도 없이 자신을 돌아보면서 “음표 하나 하나에 진실을 표현하는 과정이었다”며 “(그 과정은)저 자신 그리고 자연, 인간이 더 가까워지고 깊어지는 그런 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상이 단지 예술적 성취라기 보다 인간과 사회를 향한 태도에 대한 격려라고 느끼는 듯 했다. “음악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을 잇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게 해주는 다리죠.” 양성원이 말하는 클래식은 결코 박제된 전통이 아니다. “명곡이라 불리는 음악들은 전쟁과 혁명, 고통의 시대 속에서 태어났어요. 인간이 더 나은 삶을 바랐던 흔적들이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인공지능)가 연주까지 넘보는 시대에 인간 연주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연주를 흉내낼 수는 있지만 인간의 떨림, 숨결, 망설임 같은 미세한 감정은 담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클래식은 바로 그런 감정이 있어야만 살아난다는 것이다. “(물론) AI가 훌륭하게 연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저희가 심호흡을 하면서 무게를 담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를 청중들이 듣는 순간이 바로 자연, 감정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가 담긴 표현의 순간입니다.” 그는 요즘 제자들에게 “지금이야말로 우리 연주자들이 빛날 시간”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천천히 쌓아올려야만 가능한 음악. 그것이 우리 시대에 오히려 더 소중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주제는 인터하모니(조화의 나눔: 경계를 넘는 음악적 영감). 2년 전 이미 정해 놓았다는 이 테마에는 ‘경청’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갈등과 반복으로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 음악가가 전하는 외침인 것이다. “많은 명곡들이 다른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타인의 언어를 경청하면서 더 나은 조화를 만들어왔고, 그렇게 아름다움 또한 탄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한마디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오늘 수업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투표를 말했습니다. 20년 후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그걸 고민하면서 신중히 선택하라고 말이죠.(웃음)” 성찰 없는 예술은 없고, 선택 없는 변화도 없다. 그의 음악이 그랬듯, 그의 말에도 한 음, 한 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서울=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