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유럽을 이끄는 EU의 두 축은 프랑스와 독일이다. 4억5,000만명에 이르는 27개의 회원국 간 정치 및 경제 공동체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EU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축 국으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의 각종 전쟁 등 주요 상황에서도 항상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불과 50~60년 전만 하더라도 이 같은 상황을 상상하기는 힘들었다. 실제 양국 간 전쟁의 역사는 최소 400년 전으로 올라간다. 1618년부터 1648년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신성 로마 제국과 프랑스 간 30년 전쟁이 있었다. 1672년부터 1678년까지 프랑스와 네덜란드 전쟁에 독일의 여러 제후국들이 가담했다. 1688년부터 9년간 진행된 아우스부르크 동맹전쟁, 1701년부터 1714년까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등 수없이 많았다. ▼양국이 앙숙으로 발전한 전쟁은 1756년부터 1763년까지 7년 전쟁과 1792년부터 1802년까지 프랑스 혁명전쟁, 1803년부터 1815년까지 나폴레옹 전쟁을 꼽을 수 있다. 분기점은 독일 제국 탄생의 계기가 된 1870년에서 1871년 사이 진행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다. 그리고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벌어진 1차 세계대전은 양국을 철천지원수로 만들었다. 그 후유증은 결국 20여년 뒤 발생한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인류는 수천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후에야 전쟁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컸지만 냉전에서 살아남고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양국을 평화로 이끌어냈다. ▼진정한 반성과 관용은 이후 유럽의 통합을 이뤄냈고 현재 조금은 위태하지만 그래도 역사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통합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수년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분열을 털어내고 반성과 관용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분열로 이 험난한 세상을 극복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