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이혼과 졸혼, 당신의 선택은?

박경옥 법무법인(유) 대륜 변호사

필자는 다양한 이혼사건을 진행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의뢰인들이 있다. 60세가 넘는 지긋한 연세에 “더 이상 배우자와 살 수 없다”며 필자를 찾아오는 분들이다. 배우자의 지속적인 부정행위, 가정폭력과 폭언, 극단적인 절약 강요, 고부갈등으로 인한 혼인파탄 등 자녀들이 모두 장성한 후 이제서야 이혼을 결심한 이유도 각약각색이지만, 공통적으로 가정을 지키기위해 오랜기간을 인내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인들과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 부부라도 황혼의 나이에 이르러 배우자와 별거하며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 졸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졸혼’이란 법률상 개념이 아닌 부부간 상호 합의하에 법적 혼인관계는 계속 유지하면서,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사는 것, 말 그대로 ‘결혼 생활을 졸업’하는 것이다.

졸혼은 공방과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이혼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법적 절차인 이혼처럼 통상 재산분할, 위자료 청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평생 가정주부로서 가사 노동만 해온 배우자라도 황혼이혼을 진행하게 되면 부부 쌍방이 협력으로 이룩한 공동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며, 재산 형성 기여 정도에 따라 평균 50% 정도의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연금수급권을 가질 경우 공무원연금법 제45조 및 국민연금법 제64조에 의해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이혼한 경우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청구할 수 있고, 협의 및 재판상 이혼 과정에서는 이를 달리 결정할 수 있어 이혼 후 수입이 감소하는 노년기에 생활부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재산분할 대상은 원칙적으로 혼인기간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에 해당하나, 배우자가 상속받은 특유재산의 경우에도 재산의 유지나 증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여도에 따라 이를 재산분할 할 수 있어 유리하다.

위자료 청구권은 일방 배우자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상대방 배우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민법 제840조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 6가지의 재판상 이혼원인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혼 소송이나 조정에서 유책 배우자의 불법행위를 주장하여 위자료를 청구 할 수 있다.

그러나 졸혼의 경우, 이혼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법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졸혼시 부부가 재산분할 협의를 하였다면 이는 혼인 중 재산계약으로서 당사자간 약정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세부항목에 대하여 정하지 않았거나, 모호한 문구로 작성되었거나, 이를 공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향후 또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졸혼 기간 별거를 하다가,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졸혼기간 자체가 실제 혼인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법적 혼인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배우자가 상대방이 정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어 향후 이혼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또한, 졸혼을 한 자와 교제를 하였다가 상간소송의 피고가 될 수도 있으므로 졸혼으로 파생되는 분쟁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부간 극복할 수 없는 갈등으로 더 이상 같이 살수는 없지만, 법적으로 이혼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제3자가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졸혼이 경제적 우위에 있는 일방 배우자의 면피수단이 되지 않도록, 행복한 결혼 졸업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선 1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