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강릉 강문마을 ’진또배기‘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길

이채성 동해어업자원연구소장

‘어촌마을 어귀에 서서 마을에 평안함을 기원하는 진또배기’ 노래는 이찬원이 미스터트롯에서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진또배기는 강릉시 강문마을이 유명하다. 강문마을은 형성된지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초당동에서 강문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강문을 상징하는 진또배기 공원과 마을이라는 표시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진또배기’는 ‘솟대’의 강릉사투리로 장승과 함께 마을지킴이 역할을 하는 신앙 대상물이며, 형태는 긴 나무 꼭대기에 세마리의 새가 앉아있는 모양이다. 강문마을은 4.5m 정도의 장대 위에 나무로 깎은 오리 세마리를 올려놓았다.

솟대는 하늘 높이 솟아있는 대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고유 민속신앙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데 짐대, 오릿대, 솔대, 갯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내륙에 많이 분포돼 있다. 그러나 진또배기는 솟대의 이름 중 하나지만 강문에서는 예로부터 진또배기라고 불러왔으며, 특히 바닷가 마을로서 차별화가 되어 왔다.

강문동 진또배기는 바람, 물, 불의 삼재를 막아주기를 기원하며, 풍년과 풍어를 빌던 어촌의 서낭이다. 또한 서낭제를 통해 그 전통과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민들은 오랫동안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 마을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해 왔다.

진또배기의 ‘진또’는 긴 대나무라는 뜻의 ‘긴대’에서 비롯되었다. 긴대가 사투리로 ‘진대’가 되고 다시 ‘진또’로 변했다. 그리고 ‘배기’는 땅에 박는다는 ‘박기’의 뜻이다. 따라서 어원대로 하면 진또배기란 긴 대나무를 땅에 박고 그 위에 새의 형상을 올려놓아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상징물이다.

예로부터 어업을 주업으로 여기던 강문마을에서는 진도배기를 세워놓은 지역이 바로 고기 잡으러 나간 배들의 만선과 무사고를 바다의 신에게 빌던 마을공동체적 장소였다.

우리나라 솟대는 오랜 역사 속에 고유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현대사회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강릉 강문동 진또배기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전통의례와 상징적 의미가 오늘날까지 온전히 전승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진또배기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가교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그 상징성을 전달해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진또배기와 같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축제 및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한 지역주민과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진또배기의 이미지 보존과 함께 현대사회에 맞는 창조적인 문화유산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솟대는 문화적 활용가치가 높아 전라남도 화순군의 ‘가수리 솟대’는 향토문화유산 제17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솟대 중에 특색이 있는 강문마을 진또배기는 아직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강문동 주민들은 ‘강문 진또배기제’라는 이름으로 1979년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였고, 1984년 제2회 강원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2024년에는 제1회 진또배기 축제를 열어 전시, 공연 및 체험행사를 했으며, 학술대회를 통해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또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또배기 의례를 매년 3회(음력 1월:춘계 예축제, 4월:풍어제, 8월:추수제)씩 거행하고 있다.

진또배기는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물로서 마을의 안정과 번영을 바라는 의례적 목적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진또배기는 단순한 전통 조형물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정신적 유산으로 지자체 차원의 보호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강문동 진또배기가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역관광 활성화와 함께 다음 세대까지 계승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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