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원주권 확장 절실

우상균 원주시 기업유치협력관

삼성 반도체 연구원 시절 벨기에 루벤에 있는 반도체 연구소인 IMEC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IMEC은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ASML,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및 TSMC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세계적인 민간 연구소로, 5,500여 명의 직원과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 수준의 작은 도시가 지역과 국가 경제, 나아가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 방문 때마다 큰 감명을 받았고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었다.

현재 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는 지방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원주시 역시 인구 감소로 인한 도시 쇠퇴를 막기 위해 구도심 재생 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및 외부 인구 유치를 위한 사업, 그리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효과가 제한적인 현실이다. 그러나 앞서 IMEC 사례에서 보다시피, 경쟁력 있는 기업 하나가 도시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 삼성 반도체 화성 캠퍼스 주변에 동탄 1,2 신도시가 건설되어 화성시가 발전한 사례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지방 소멸 문제 해결과 국가 균형발전에 있어서 행정수도 세종 이전과 같은 메가톤급 정책이 필요한데, 용인과 이천을 잇는 K-반도체 벨트를 원주까지 연장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K-반도체 클러스터의 원주 확장을 통해 지방 소멸 극복과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의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기업과 인구가 유입되고, 출산, 육아 및 교육의 정주 요건이 개선되고, 경제와 문화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 기반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국가적으로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밸류 체인을 다핵 분산형으로 확장함으로써 위기 대응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 수도권 및 충청권에 편중된 첨단산업 구조를 강원권까지 확장하여 지역 간 산업 불균형을 해소하고 강원 지역을 미래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국가균형 발전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원권이 미래 신산업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사전에 고려함으로써, 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추진의 정당성 확보도 용이할 것이다.

첨단산업의 산업의 불모지였던 원주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인력양성을 위한 한국반도체 교육원을 지난 4월에 착공하였고,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해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와 미래차 전장부품 시스템 반도체 신뢰성 검증센터를 하반기에 각각 착공할 예정이다. 또 의료 AI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접성이 좋고(SK하이닉스 15분, 삼성반도체 40분 소요) 중부권 교통의 요지로서 입지 경쟁력이 높다.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력과 용수도 강원권 내에서 수급이 가능하여 갈등 조정에 유리한 점 역시 강점이다. 아울러 원주는 이미 의료기기, 자동차 부품 등 정밀 제조 기반이 탄탄한 도시로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킬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강원과학기술원(GWIST)의 원주 설치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와 시너지를 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양질의 첨단산업 일자리를 통해 청년들에게 지역 정착 기회를 제공하면, 청년들이 지역의 첨단산업을 이끄는 버팀목이 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및 장비) 기업을 포함한 반도체 업계와 공동 연구 및 기술 지원 등을 통해 K-반도체 클러스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아무쪼록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원주권까지 확장되어, 원주시가 지방 소멸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원주시가 루벤과 같은 도시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지선 1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