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가 싸댄 똥은 하얀 벽지를 온통 가뭇가뭇 물들인다. 그래서 얼굴에 낀 거뭇한 기미를 ‘파리똥’이라 한다. 그런데 녀석들이 천장은 물론이고 매끈한 유리창에도 찰싹 들러붙는다. 이는 파리 발바닥에 점액(끈끈한 액)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는 종이나 유리 바닥을 고배율 현미경으로 보면 꺼칠꺼칠하게 쪼개진 틈새가 엄청나게 많아서, 그 틈새기에다 발바닥 잔털을 끼어 찰싹 달라붙고, 슬쩍 뽑아 펴면서 날아오른다.
집파리는 두 발을 꼬아 비비면서 발바닥으로 음식의 냄새와 맛을 보고, 입에 음식 알맹이를 넣었다 뱉다 하면서 침을 바른 다음 소화된 자리를 넓적한 혓바닥으로 핥는다. 이러면서 바이러스․세균․곰팡이 등등 100가지가 넘는 병균을 널리 퍼뜨린다.
집파리는 알(쉬), 유충(구더기), 번데기, 성충(파리)의 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갖춘탈바꿈)를 하고, 수명은 15~25일이다. 음경을 암컷의 질에 꽂은 채로, 암컷이 수컷을 등에 업고 날아다니면서, 2~15분간 짝짓기한다. 얼마 뒤부터 길쭉한 바나나 모양을 한 500여 개의 알을 3~4일에 걸쳐 낳는다. 알은 20시간 안에 부화하고, 구더기는 서너 번 허물을 벗고는 바로 번데기가 된다. 8㎜쯤 되는 번데기는 1주일 뒤에 우화(날개돋이)하고, 성체가 되고 나서 36시간 뒤에 딱 한 번만 교미(짝짓기)한다.
파리 무리에는 집파리 외에도 변에 모여드는 똥파리, 시체나 생선에 달려드는 쉬파리, 마소(우마, 소와 말)의 피를 빠는 쇠파리 등이 있다. 그런데 쉬파리들은 난생(알을 낳음)하지 않고 새끼를 내깔기니, 수정란(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된 알)이 암놈 몸속에서 발생, 성숙(자람)하여 구더기로 태어난다. 아무튼 자못 생존력이 강한 파리 구더기는 그 짜디짠 간장이나 된장 단지 속에서도 거뜬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