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의 역사展] 한 시대의 삶과 풍경 지면에 ... 활자 너머 역사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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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광복 직후 강원도 현대사 생생히 기록 17개 섹션 구성
신춘문예·동곡상·어린이강원 등 지역 정서·문화 가꿔와 주목
관람객 기자증 만들고 기사 작성 체험 ‘기록자''로서 함께 참여

◇강원일보 창간 80주년 기념 강원의 역사전 개막식이 11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김진태 강원자치도지사, 한기호·이철규 국회의원, 신경호 도교육감,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 정재연 강원대 총장, 김진호 춘천시의장, 현준태 춘천부시장, 최용주 강일언론인회장 등 참석자들이 강원일보의 80년간 강원도 역사의 기록을 담은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있다.

◇11일 열린 강원일보 창간 80주년 기념 강원의 역사전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전시장에 마련된 강원일보 신문 1면으로 장식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박승선기자 lyano@kwnews.co.kr

강원일보 창간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강원의 역사展’은 80년의 시간을 나열하는 단순한 회고전 형식을 넘어 ‘기록의 힘’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되짚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이 전시는 ‘기록하는 언론’이 강원도의 삶과 역사에 얼마나 깊숙이 닿아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자 그 여정이 곧 강원도의 역사와 함께 써 내려간 발자취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원의 역사展’은 무엇보다 광복 이후 강원도의 현대사를 신문이라는 기록을 통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1945년 10월24일 첫 인쇄를 시작으로 강원일보는 전쟁과 피란, 산업화와 민주화, 도시화와 지역 소멸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도민의 삶과 시대의 풍경을 쉼없이 지면에 담아왔다. 그 기록 하나하나가 강원 공동체의 집단기억을 구성하며 전시장 17개 섹션 안에 녹아 있다.

기자의 눈으로 포착한 ‘현장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특종 보도사진과 언론상 수상작은 물론 실제 취재에 사용된 수첩과 원고지, 타자기, 사진 전송기 같은 물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볼펜 한 자루와 기자수첩, 손때 묻은 메모 한 장이 생생하게 전하는 기록의 온도는 신문이 단지 종이가 아닌 시대를 증언하는 도구였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특히 강원일보가 축적해 온 문화적 아카이브의 깊이도 확인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지역 문학의 등용문 ‘신춘문예’와 인재 발굴과 육성을 통한 지역 발전을 모토로 제정된 ‘동곡상’, 지역 언론의 교육·문화적 책무를 실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어린이강원’, 그리고 지역 정기간행물 ‘월간태백’에 이르기까지 강원일보가 보도를 넘어 지역의 정서와 문화의 씨앗을 함께 뿌리고 가꿔온 시간을 전시장에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신문의 변화와 기술의 흐름을 조명한 구성은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이다. 제호 변천과 시대별 신문, 광고 디자인, 만평과 네 컷 만화 등은 과거의 시각 언어를 보여주고, 디지털 뉴스룸과 영상보도 시스템을 소개하는 ‘오늘의 강원일보’는 빠르게 진화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지역신문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이 전시는 보는 전시를 넘어 시민이 ‘기록자’로 참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기자증을 현장에서 받아볼 수 있고, 전시회를 취재하듯 돌아보고, 기자가 기사를 쓰는 것처럼 그 경험담을 적어 제출할 수 있게 했다. 퀴즈 등을 통해 취재수첩과 폐신문으로 만든 연필, 어린이들을 위한 또바기 기념품을 선물로 제공하는 등 참여형 전시가 되도록 구성한 것도 이채롭다.

이는 전체 전시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의 주체가 오직 기자나 언론사만이 아님을 강조하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기록’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강원의 역사전’은 전시장을 나서는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기록은 무엇을 남기는가, 신문이 무엇을 기억하게 하는가.”

지면에 인쇄된 활자와 한 장의 사진은 단지 한 시대를 설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강원도가 살아온 하루 하루의 결정적 순간들이었다는 사실을 이 전시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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