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충이가 갈밭에 내려왔다’란 솔잎을 먹고 사는 송충이가 난데없이 먹을 것을 찾아 갈밭(갈대밭)에 내려온다는 뜻으로,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함을 뜻한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라거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란 솔잎만 먹고 사는 송충이가 갈잎(갈댓잎)을 먹게 되면 죽게 된다는 뜻으로, 제 주제에 맞지 않는 마음을 먹었다 가는 큰 낭패 봄을 빗댄 말이다. 나뭇잎을 먹던 놈이 풀잎을 먹었으니 배탈이 날 수밖에.
또 나무가 듬성듬성 나 있으면 송충이가 들끓어 잎사귀를 죄 갉아 먹어 소나무들이 죽었다는 뜻으로 ‘송충이가 끓었나’라 하고, 오만상(얼굴을 잔뜩 찌푸린 모양)을 지으면 ‘송충이를 씹었나’라 한다. 터럭(길고 굵은 털)이 많은 사람 얼굴에 터부룩하게 난 짙은 눈썹을 ‘송충이 눈썹’이라 하니, 표정을 달리할 때마다 기름하고 촘촘한 눈썹이 마치 송충이가 스멀스멀 기는 것 같아 나온 말이다.
송충이(松蟲-,pine caterpillar)는 솔나방 과에 속하는 솔나방의 유충(애벌레)으로 소나무(pine tree)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소나무 가운데서도 재래종 소나무인 적송(육송)이나 잣나무 잎을 주로 먹고, 리기다소나무나 해송처럼 잎이 세게 거칠고 센 것은 꺼린다. 누에가 누에나방의 유충이듯이 송충이는 솔나방의 애벌레로 몸은 원통 모양에 덥수룩한 털로 덮였다.
억센 털이 수두룩하게 난 송충이를 흔히 모충(毛蟲)이라 하는데 송충이 털에는 꽤 센 독이 들어있어서 특별한 뻐꾹새 등을 제하고는 먹지 않는다. 또 송충이 털에 사람 살갗이 닿으면 물집이 생기고, 눈에 들어가면 염증이 일며, 심한 알레르기(allergy)를 일으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