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에서 활동중인 난헌 김영순 시인이 시집 ‘상처난 꽃에게 모차르트를 처방했다’를 펴냈다.
오랫동안 음악 교사와 교수로 강단에 서며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쳐 온 김 시인의 시에는 ‘소리’가 많다. 자성의 소리, 들리지 않는 아픔의 소리, 그리고 꽃이 열리는 소리까지. 이 보이지 않는 울림은 시 전반을 관통해 감정의 결을 조용히 흔들어놓는다.
‘…낙화된 꽃은 별이 된다/하늘에 수많은 별꽃이 길을 내곤 한다/아파도 아프다 소리 한 마디 없는 그녀에게/모차르트를 처방했다’(상처난 꽃에게 모차르트를 처방했다 中)
표제작인 이 시 속의 ‘꽃’은 ‘그녀’이자 곧 시인 자신이다. 상처 입은 존재에게 음악을 ‘처방’하는 독창적인 비유는 음악을 통한 위로와 치유의 가능성을 시어로 승화시킨다. 김 시인은 시를 통해 자아를 탐색하고 끊임없는 내면의 여정을 한 편 한 편의 시로 엮어내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상실의 소리도 담겨 있다.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아들을 여읜 김 시인은 그 참담한 슬픔을 시의 언어로 마주한다.
“아들아/아무런 기별도 없이/네가 떠나간 후/밤마다 귓전에 아스라이/사운 대는 파도소리가/네 목소리인 줄 알았다…’(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中)
시를 통해 세상에 닿지 않는 이들의 그리움과 추모를 조용히 꺼내놓는다. 이처럼 김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 다시 세상을 응시한다. 때로는 상처에 음악을 처방하고 사라진 존재의 숨결을 따라 그리움을 붙잡는다. 그 치열한 감정 속에서 독자는 위로받고 울림을 얻게 된다. 성원인쇄문화사 刊. 127쪽.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