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국지성 호우와 집중 폭우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예측이 어려운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불가항력으로 여겨지는 기상이변이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방재 체계 미비와 관리 부실이 결합될 경우 인재(人災)로 번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강원지역 곳곳에서 확인된 침수 피해와 산사태는 대응 체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올해 역시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고 집중 호우가 예상되고 있어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장마철 피해는 단기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고된 재난이다.
특히 강원자치도는 산악지형이 많은 특성상 비탈면 유실, 산사태, 도로 붕괴 등 2차 피해로 인한 위험이 높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위험지역을 사전에 정밀 조사하고,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 구조물 보강과 배수로 정비, 비상 대피 체계 점검 등 실질적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산간마을과 노후 주택이 밀집된 지역, 하천변과 계곡 인근의 주거지는 장마철 침수 피해에 가장 취약한 만큼 지자체는 사전 대피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에게 이를 충분히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재해를 예방하는 데 있어 관건은 ‘속도’와 ‘정보’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주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행동 요령을 숙지시키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난문자와 마을 방송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지만 고령층이나 외지 방문객 등 취약계층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대체 수단과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재해 발생 시 도로 통제, 대피소 운영 등 초기 대응 체계가 매뉴얼대로 작동하는지 사전 점검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 장마철 집중 호우로 인한 재해를 막기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각종 시설물에 대한 점검과 정비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국지성 호우로 인한 갑작스러운 하천 범람과 도로 침수에 대비하기 위해 우수(雨水) 처리 용량 확대, 배수펌프장 가동 점검, 스마트 배수 관리 시스템 도입 등도 미룰 수 없다. 즉, 장비나 인력 배치에 그치지 않고, ICT 기반의 실시간 감시 체계 구축과 AI 예측 모델을 이용한 선제 대응 체계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기후 위기 시대에 반복되는 재난을 단기적 사고로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맞춤형 기후 적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