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은 가깝지만, 가깝지 않다.” 서울에서 출발해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도시가 정작 수도권이라는 인식에서는 멀기만 하다. 강원일보 창간 80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경기·인천 시민들이 춘천이나 원주를 수도권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고작 한 자릿수에 그쳤다. 거리로 보면 더 먼 충남 천안이나 경기 평택보다도 낮은 인식이다. 이는 단순한 위치나 교통망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심리적 거리감’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길이 통하지 않으면 사람이 드나들지 않고, 사람이 드나들지 않으면 땅도 죽는다”고 했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철도와 도로로 연결돼 있지만, 그 길 위의 숨결은 여전히 미약하다. 춘천을 오가는 ITX는 배차 간격이 길고, 요금은 비싸다. 원주는 용산과 직접 연계되는 고속망이 부족하다. 그 결과 사람들의 의식 속 강원도는 여전히 ‘다녀오기 불편한’ 곳, 즉 수도권 바깥의 ‘변방’으로 남아 있다. ▼이것은 물리적 인프라보다 더 무서운 ‘인식의 벽’이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면 수도권이라는 등식이 누구에게나 통용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시간의 절댓값이 아니라 체감 시간이다. 자주 다닐 수 있고, 저렴하며, 환승이 간편해야 출퇴근과 생활이 가능해진다. GTX-B 춘천 연장, GTX-D 원주 신설, 제2경춘국도 등은 단순한 교통망 구축을 넘어 강원도와 수도권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도, 전국 방방곡곡에 편지를 보낸 것도 백성과 소통으로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함이었다. 지금 강원도가 맞닥뜨린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일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면 강원특별자치도의 ‘특별함’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외형적 발전을 말하기 전에 교통이라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 사람들은 쉽게 가지 않는 곳을 멀다고 느낀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아닐까.